[노무현 시대]재야출신-개혁그룹 요직 맡을듯

  • 입력 2002년 12월 20일 0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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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권 떠오르는 맨파워▼

노무현(盧武鉉) 정권의 탄생은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3김정치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주변부에 머물러왔던 ‘비주류 연합군단’의 승리이기도 하다. 노 당선자의 대선 승리를 이끈 주역들은 민주당의 본류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나 동교동계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왔던 인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는 88년 13대 총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이후 특정 계보에 몸담은 적이 없고, 스스로도 수직적 형태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았다. 따라서 노무현 정권을 이끌어갈 인맥도 당내 경선과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노 당선자를 중심으로 모여든 ‘외인구단’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들 비주류 집권세력은 비교적 젊고 개혁적이지만, 국정 전반을 곧바로 장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인재풀을 확보하지 못한 취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노 당선자는 차기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테크노크라트를 대거 기용하거나 외연 확대를 염두에 둔 초당적 인사정책을 펼 것이란 분석도 있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 초기에는 김원기(金元基)-정대철(鄭大哲) 투톱 체체로 운영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와 정부 요직 인선작업에는 노 당선자의 후견인 격인 김원기 고문이, 민주당의 개혁작업은 정대철 선대위원장이 총괄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김 고문은 95년 이후 DJ와 결별한 통추(統推·국민통합추진회의) 시절부터 노 당선자와 함께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왔고, 후보단일화 수용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합의 등 이번 대선의 중요 고비마다 노 당선자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올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를 했던 정 위원장은 노 당선자가 당내 분란으로 중도낙마 위기에 빠졌을 때 친노(親盧)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고, 선대위원장을 맡아 대선을 총지휘했다.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공조파기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그의 입김도 상당했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두 사람은 대선 전에 집권 5년간 국정운영에 공동책임을 지겠다고 밝혔고, 정 대표는 특사로서 미국 중국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다만 노 당선자가 정 대표와의 공조약속은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어 이것이 인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노 당선자를 지지했던 정치적 세력을 굳이 분류하자면 △재야출신 의원 그룹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 그룹 △통추 출신 정도다.

특히 선대위의 본부장급에 포진한 재야출신 그룹과 정치개혁추진위를 중심으로 한 소장 쇄신파 그룹은 대선 과정에서 탈(脫)DJ전략과 후보단일화 수용 문제로 의견이 엇갈렸고, 한때 소장 쇄신파 그룹의 위상이 약화되기도 했다.

재야출신 의원 그룹으로는 선대위의 핵심멤버였던 이해찬(李海瓚) 기획본부장, 임채정(林采正) 정책본부장, 이재정(李在禎) 유세본부장, 이호웅(李浩雄) 조직본부장,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 이미경(李美卿) 대변인 등을 꼽을 수 있다. 재야 출신은 아니지만 김경재(金景梓) 홍보본부장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일단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차기 정부의 골격을 짜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며, 일부는 입각도 예상된다.

정동영(鄭東泳) 고문, 신기남(辛基南)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국민참여운동본부와 정치개혁추진위에 포진했던 쇄신파 그룹은 대부분 당에 잔류하면서 민주당의 개혁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당내 분란으로 민주당의 공조직이 마비상태에 빠져 있을 때 그 대안으로 만들었던 국민참여운동본부의 본부장을 맡아 헌신적으로 뛰었던 정동영 고문은 민주당의 차세대 리더로서의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 당선자를 원거리에서 지원해온 김상현(金相賢) 고문과 재야출신 개혁파의 수장인 김근태(金槿泰) 의원은 정대철 위원장과 함께 민주당 개혁과정에서 당내 중도세력과의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서울에서 보기 드문 5선의원이지만 이렇다할 역할을 맡지 못했던 조순형(趙舜衡) 정치개혁추진위원장은 감사원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유재건(柳在乾) 특보단장과 조순승(趙淳昇) 전 의원, 김영진(金泳鎭) 정세균(丁世均) 김효석(金孝錫) 의원, 김한길 미디어본부장, 허운나(許雲那) 인터넷본부장, 이낙연(李洛淵) 대변인 등 비교적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은 대통령비서실, 또는 정부에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지낸 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과 후보비서실장을 지낸 정동채(鄭東采) 의원, 노 당선자에게 수시로 정치적 조언을 해온 이강래(李康來) 의원도 비슷한 케이스다. 노 당선자와 10년이 넘게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해온 김정길(金正吉) 전 행정자치부장관, 유인태(柳寅泰) 전 의원, 이강철(李康哲) 정무특보 등도 일정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외부자문그룹 중 김대환(金大煥) 인하대 교수, 이정우(李廷雨) 경북대 교수, 이진순(李鎭淳) 숭실대 교수, 김병준(金秉準) 국민대 교수, 유종일(柳鍾一) KDI 대학원 교수와 현직 관료 중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 차관 등이 차기 정부에서 발탁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염동연(廉東淵) 정무특보를 비롯해 경선캠프 때부터 노 당선자를 보좌해온 인사들은 비교적 노 당선자의 국정운영 철학을 충실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비서실에 포진할 것으로 보인다. 유종필(柳鍾珌) 언론특보, 이광재(李光宰) 기획팀장, 안희정(安熙正) 정무팀장, 윤석규(尹錫奎) 정치개혁추진본부 사무처장, 윤태영(尹太瀛) 연설문팀장, 배기찬(裵期燦) 정책팀장, 천호선(千浩仙) 인터넷본부 기획실장, 서갑원(徐甲源) 의전팀장, 김만수(金晩洙) 공보팀장, 황이수(黃二秀) 기획팀 보좌역 등이 그들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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