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황강댐 건설파문]정부 사실확인뒤에도 '쉬쉬'

  • 입력 2002년 12월 10일 06시 37분


북한이 임진강 상류에 대규모 다목적댐인 ‘황강댐’을 건설 중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해야 할 공유하천인 임진강에 북측이 일방적으로 저수량 3억∼4억t 규모의 댐을 건설함에 따라 임진강 남측 하류의 물 부족과 홍수피해 우려 등이 ‘현실적 위협’으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댐 건설, 파악못해〓정부는 지난해 2월과 올 10월 북한과 가진 ‘임진강 수해 방지 실무협의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최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남북 경협관련 협상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워졌다.

이와 함께 정부가 황강댐 건설을 확인하고 내부적으로 대책까지 세운 뒤에도 이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부쳐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에 대한 비판도 거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측의 ‘황강댐’ 건설계획을 과거 ‘금강산댐(임남댐)’ 문제와 같은 것으로 보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북측에 남북 공유하천의 공동 이용에 관해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강댐 준공되면 남측 피해 크다〓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측 임진강 유역의 댐은 4개다. 이들 댐은 지난해 3월에 2개, 올 5월에 2개가 각각 건설됐으며 저수량이 댐당 3500만t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들 4개 댐은 모두 발전(發電) 전용댐으로 발전기를 돌린 뒤 임진강 하류로 물을 흘러내려 보내 임진강 남측 하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재 기초공사와 배수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 ‘황강댐’은 사정이 다르다. 이 댐이 완공될 경우 북한이 만든 임진강 유역 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물을 임진강이 아닌 예성강 쪽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에 남측에 미치는 악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임진강 하류로 흘러드는 물이 줄어듦에 따라 경기 파주 및 연천지역의 생활 및 농업 공업용수 부족이 크게 우려된다.

대진대 토목공학과 장석환(張碩桓) 교수는 “정부가 대외비 내부자료에 포함한 대책의 하나로 마련한 수도권 광역상수도 연결 방안은 생활용수 부족 문제 해소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농업 및 공업용수 부족 문제에 대한 대책은 아니다”며 “대응 댐 신축 등과 같은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생태계 파괴도 우려돼〓‘황강댐’에서 물 가두기가 본격화되면 임진강 하류의 수질 유지가 어려워져 임진강에 사는 민물고기의 집단 폐사 등과 같은 생태계 파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측이 북한강 수계에 금강산댐을 짓기 시작한 뒤 물이 줄어들면서 메기 등 민물고기의 씨가 마르는 현상이 발견된 바 있다.

임진강 유역은 1996, 98, 99년에 걸쳐 파주 연천 문산이 완전히 침수됐을 정도로 이상기온에 따른 집중호우로 피해가 빈발하는 지역이다.

만약 여름 집중호우 때 북측이 댐 안전 등을 이유로 ‘황강댐’의 물을 남측으로 흘려보낸다면 이들 지역의 홍수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공사진행 속도라면 2004년 말경 황강댐이 완공되고 앞으로 4년 뒤인 2006년 말이면 물을 완전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장 교수는 “우선 정부가 북측과 논의해 임진강 유역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양측이 임진강을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이용협의체 설립 등과 같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용하천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도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북측과 ‘임진강 수해방지를 위한 실무협의회’를 가졌지만 ‘황강댐’은 협상 논의 대상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그만큼 정부의 협상 준비가 부족했고 북측은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가 황강댐 문제를 금강산댐과 같은 차원으로 파악하고 남북을 흐르는 공용하천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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