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김 대통령이나 미국측이 공통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은 ‘개선’이지 ‘협정 개정(改正)’이 아니다.
정부가 일차적으로 현행 SOFA의 틀 안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나간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00년 12월 SOFA 개정 이후 한미간에 후속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협정의 골격을 뜯어고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재 구상하고 있는 ‘개선 방안’은 주한미군 범죄에 대해 우리 수사당국의 초동 수사를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경찰이 참여해 현장을 보존하고 조사하며, 피의자의 신병을 미군측에 인도하기 전에 예비조사를 벌이고, 한국경찰의 수사권을 보장하는 것 등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측도 이에 원칙적으로 공감을 표시하고 있어 김 대통령이 ‘개선’ 지시까지 내리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6월13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이 발생한 직후 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개선방안을 미국측에 전달했고, 합동위 산하 형사재판분과위원회에서 구체안을 만들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중생 사망 당시 주한미군이 작전 중임을 내세우는 바람에 우리 경찰은 초동수사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정부는 또 현행 SOFA가 주한미군의 훈련계획 사전통보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이 문제도 개선방안에 포함시켜 미국측과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는 재판권 조항. 미국측은 공무집행 중 일어난 사건의 1차 재판권 행사를 SOFA의 근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어 현재로서는 개정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중생 치사사건 직후 우리 정부는 SOFA 22조에 따라 미국측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정부 당국자도 이날 “공무 중에 발생한 사건에 미국이 일차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하는 것은 한미간 SOFA뿐 아니라 일본, 독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개정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인정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감안해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SOFA 이행상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요국의 SOFA 비교 | |||
한-미 SOFA | 미-일 SOFA | 미-독 SOFA | |
재판관할권 행사 | 미군간의 범죄, 공무집행중의 범죄를 제외하고는 우리측이 1차 재판권 행사 | 한-미 SOFA와 동일 | 비공무중에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 등 중요 범죄를 제외하고는 미측이 1차 재판권 행사 |
신병 인도 | ·살인 강간 포함한 12개 주요 범죄는 미군이 체포했더라도 기소시 우리측이 신병 인도받음·살인 강간의 경우 우리측이 미군피의자를 현행범으로 체포시 계속 신병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 기소, 재판 | ·기소시 신병인도·일측이 미군피의자 체포시 중대범죄에 대해 계속 구금 가능 | ·선고 집행시 신병인도·계속구금권 보유하지 않음 |
환경 | SOFA에 환경규정 신설, 환경보호 특별 양해각서 별도 체결 | ·관련 규정 부재(환경 선언 채택) | 93년 개정시 환경관련 규정 신설 |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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