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골몰…대선준비 흔들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31분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단장인 민주당 이해찬 의원(왼쪽)과 국민통합21 이철 전 의원(오른쪽)이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단일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박경모기자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단장인 민주당 이해찬 의원(왼쪽)과 국민통합21 이철 전 의원(오른쪽)이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단일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박경모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간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시작된 이후 양 진영의 선대위 지도부가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선거운동 체제가 공전(空轉)하고 있다.

때문에 양측 선대위 실무자들간에서는 “후보단일화에만 매달려 있다가 선거운동은 언제 하느냐”는 하소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 후보측은 12일 대선 핵심공약인 20대 기본과제를 발표하려 했으나, 후보단일화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독자적인 공약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약 발표를 19일로 미뤘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내보낼 예정이었던 신문광고도 단일화 협상이 끝날 때까지 완전 중단한 상태다.

18일경 중앙선관위에 제출해야 할 법정홍보물은 아예 단일화에 성공했을 경우와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해 ‘단일후보 노무현’‘민주당 후보 노무현’이란 2가지 내용을 준비해놓고 있다. 노 후보측은 단일후보 선출시한을 25일로 잡고 있는 만큼 상당액의 홍보물 인쇄비를 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일화 협상 이후 자금 조달 문제도 꼬이고 있다. 이상수(李相洙) 선대위 총무본부장은 “20일 당 후원회를 열 예정인데 단일화 논의 때문에 후원금을 내달라는 부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단일후보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돈을 낼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1인 1만원’ 모금운동을 통해 한때 하루 평균 1억원 이상씩 들어오던 노 후보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후원금 납부액수도 단일화 협상에 착수한 7일 이후에는 하루에 500만∼1000만원선으로 뚝 떨어졌다.

5일 창당대회를 마친 뒤 밑바닥 조직 작업을 마무리짓지 못한 국민통합21의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단일화 협상팀인 이철(李哲) 조직위원장, 박범진(朴範珍) 후보비서실장, 오철호(吳哲鎬) 정치특보 등 핵심 당직자들이 온종일 단일화 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있어 지구당 조직을 위한 실무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통합21은 지금까지 전국 227개 지역구 가운데 54곳의 지구당 조직책(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을 선정했을 뿐인 데다 이 중 지구당 창당대회까지 마친 곳은 37곳에 불과하다.

민주당을 탈당한 ‘대통령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소속 의원들의 합류 가능성을 고려한 측면도 있지만 일선에서는 “선거가 1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조직책도 없이 어떻게 선거준비를 하란 말이냐”고 아우성이다.

통합21의 창당 준비과정에 합류했다가 ‘민국당과의 당대당 통합’ 발언으로 쫓겨났던 윤원중(尹源重) 전 민국당 사무총장에게 통합21측이 13일 다시 복귀를 요청한 것도 시급한 대선 조직화 및 기획 작업에 그의 전문성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통합21측은 또 창당 직후 당보 1호를 낼 계획이었으나 단일화 협상으로 대선구도가 유동화하자 아직 발행 예정일과 발행 면수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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