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진통]南 "核명기 안하면 그냥 귀환" 압박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9시 04분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전체회의가 무산되는 등 회담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자 남북 양측의 실무자들이 회담장인 평양 고려호텔 앞에서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전체회의가 무산되는 등 회담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자 남북 양측의 실무자들이 회담장인 평양 고려호텔 앞에서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해 평양에 체류중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 등 남측 대표단은 마지막 날인 22일을 넘기고 23일 새벽까지 협상을 거듭한 끝에 일단 공동보도문 채택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이날 새벽 3시경 최종 합의된 공동보도문은 북한 핵 파문에 대해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내용에 그쳐, 남북간의 '높은 인식차'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 진행과정에 대해 "처음부터 모양갖추기로 일관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측은 전날 북한 정권 의전상 제2인자인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직접 나서 핵개발 파문과 관련한 북측의 입장을 남측 대표단에 전달하는 등 다소 고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미국이 먼저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원칙론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전체회의도 무산됐다.

북측 관계자는 “외세와 국제 정세 때문에 철도·도로 연결,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참가 등으로 북남 관계가 고양된 상황을 살리지 못해선 곤란하다”며 회담 결렬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남측은 회담이 막바지에 이르자 어떻게든 소기의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도 불사했다. 남측은 이날 남측 대표단을 태우고 서울로 떠날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일찌감치 평양 순안공항에 대기시켜 놓은 뒤 “북측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공동보도문 발표 없이 예정대로 서울로 귀환하겠다”며 ‘역(逆) 벼랑끝 전략’을 구사했다.

추가적인 실무대표 접촉을 갖자는 우리측 제의를 거부하던 북측은 오후 들어 수석대표 접촉을 갖자고 수정 제의, 오후 3시35분과 4시47분 두 차례에 걸쳐 남측 정 장관과 북측 김영성(金靈成) 내각책임참사가 테이블을 맞대고 앉았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급회담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남북간에 이미 합의된 교류협력은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북한 태권도시범단 41명이 23일 오전 예정대로 서해 직항로를 통해 입국하는 데 이어 26일 북한 경제시찰단이 남한 내 주요 산업시설을 둘러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하루 전까지 변동사항을 통보해오지 않은 점을 보면 북한 태권도시범단이 예정대로 입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달 중 개성공단 건설실무협의회 1차 회의와 임진강 수해방지 2차 회의가 개성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가한 정 장관 등 남측 대표단이 전날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면담한 사실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정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 사실과 만수대창작사 및 평양 지하철 참관 사실을 각각 2면과 4면에 실었으나 북한의 핵개발 파문 등 주요 안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평양〓공동취재단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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