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탈북경위]근무중인 기관장 감금뒤 가족승선 남하

  • 입력 2002년 8월 21일 18시 44분


정부합동신문조는 21일 순종식(荀鍾植)씨 일가족의 해상탈북 동기와 경위를 공개했다. 기관장 이경성씨(33)가 ‘감금상태’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합동신문조에 따르면 순용범씨(45·선장)는 충남 논산 출신으로 6·25전쟁때 의용군으로 끌려왔던 아버지 순종식씨가 “고향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자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용범씨는 93년경부터 중국을 오가며 한국에 있는 가족을 찾기 시작했고 2000년 12월 경 삼촌 순봉식씨(55·대전 거주)를 중국에서 만나 탈북을 권유받았다.

용범씨는 올해 6월 북한 중앙당 민방위부 소속의 외화벌이 부서인 ‘114지도국’ 지도원에게 부탁, 어선의 선장으로 배치받았다. 한때 ‘신설된 소형어선 지도감독기관’에서 ‘탱크지도부’라는 설까지 나돌았던 114지도국은 그의 증언으로 외화벌이 부서라는 게 확인됐다.

이어 용범씨는 탈북 결행 2, 3일 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신의주의 방기복씨(44) 가족을 선박이 머물러 있는 평북 선천군 소재 수산기지 부근으로 옮겼다.

이어 17일 오전 3시30분 당직근무 중이던 기관장 이씨를 어구 창고에 감금한 뒤 가족들을 승선시켜 남하하기 시작했다. 18일 0시경 배가 기관고장을 일으키자 용범씨는 감금 중이던 이씨를 불러내 기관을 수리시켰고 이후에는 자기 가족들과 함께 선실에 있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합신조는 순씨 가족이 장시간의 항해로 피곤하지만 귀순에 성공한 데 만족해하면서 신문에 잘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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