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통령 사과 국민공감 못얻었다

  • 입력 2002년 6월 21일 22시 4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이 구속되고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해 직접 사과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깝다. 3남 홍걸(弘傑)씨에 이어 현직대통령 아들이 두 명이나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일어나 월드컵을 맞아 한국을 찾은 세계인들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김 대통령은 이날 고개를 들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했으나 사과성명 내용이 얼마나 국민의 가슴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국정에 전념하겠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권력비리 문제에 대한 청산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아 유감스럽다.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 재직하며 각종 이권개입과 국정농단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아태재단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던 점도 실망스럽다. 사전에 충분한 예고 없이 갑자기 생중계를 한 것도 요식행위라는 느낌을 주었다.

구속영장에 드러난 홍업씨의 혐의 내용은 ‘대가성 돈을 받은 일이 없다’는 지금까지 그의 얘기가 거짓말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측근과 함께 기업인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청와대 검찰 국세청 신용보증기금 은행 등에 수사무마 세금감면 부채탕감 등의 청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이중 상당부분은 실천에 옮겨졌다. 대통령 아들이 국가기관에 이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실과 그의 잘못된 처신에 할 말을 잃게 된다.

홍업씨 구속과 김 대통령의 사과로 대통령 아들들 문제가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검찰은 영장에 나타난 것은 물론 아태재단과 관련된 수상한 돈의 출처와 흐름, 돈세탁 경위, 이른바 대선자금 잉여금이나 활동비의 성격 등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한다.

대통령 아들들이 구속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의 모든 일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 권력이 끼어들 틈을 없애야 한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을 반복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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