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기관 휘저은 대통령아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金弘業) 아태평화재단 부이사장에 대해 어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3남 홍걸(弘傑)씨에 이어 현직 대통령 아들이 두 명이나 구속되는 초유의 일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깝다.

구속영장에 드러난 홍업씨의 혐의내용은 ‘대가성 돈을 받은 일이 없다’는 지금까지 그의 얘기가 거짓말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측근과 함께 기업인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청와대 검찰 국세청 신용보증기금 등에 수사무마 세금감면 부채탕감 등의 청탁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이중 상당부분은 실천에 옮겨졌다.

대통령아들이 국가기관에 이처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현실과 그의 잘못된 처신에 할말을 잃게 된다. 우리의 후진적 정치환경에서 대통령아들에 줄을 대려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겠지만 그럴수록 그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대통령과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김 대통령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청와대에는 ‘아들비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보고가 올라갔지만 사실상 방치됐다. 금명간 있을 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에는 이런 일들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하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 또 임기 내에 지금까지 불거진 친인척비리 등 권력비리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홍업씨 구속이 수사의 끝일 수 없다. 검찰은 영장에 나타난 것은 물론 아태재단과 관련된 수상한 돈의 출처와 흐름, 돈세탁 경위, 이른바 대선자금잉여금이나 활동비의 성격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

대통령 아들의 구속 같은 상황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우리사회의 모든 일들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 권력이 끼어들 틈을 없애야 한다. 주요정당의 대통령후보들이 저마다 권력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는 의식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잘못을 반복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