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후보들 납세내용]재산 20억원…세금은 ‘0’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51분


6·13 지방선거 후보의 55%가 3년간 재산세 소득세 등을 한 푼도 내지 않았거나 납세실적이 100만원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들의 공인으로서의 ‘적격성(適格性)’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세금 납부 실적이 없는 후보들 중에는 억대의 재산가가 있는가 하면 일부는 일정한 수입이 있는 직업을 갖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납세실적이 전무한 998명의 재산신고액(직계비속 포함)은 △20억원 이상 4명 △10억원 이상 20억원 미만 6명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21명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222명 △1억원 미만 547명 등이었다.

무납세자 중 188명은 현직 광역 및 기초의원들로 새로 재산신고를 하지 않고 ‘관보에 게재했음’으로 대신해 구체적인 재산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기업 대표, 기업체 고문, 대학 교수 등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는데도 납세실적이 전혀 없다고 신고한 후보도 눈에 띄었다.

직업이 기업 대표이고 재산은 3억9100만원이라고 기재한 전남 지역의 무소속 S후보, 재산 3억9000만원에 대학 강사라고 등록한 충북지역의 또 다른 S후보, 기업체 고문이라고 밝힌 부산지역의 K후보 등이 납세실적이 없었다.

○…무납세 후보자들의 직업은 정치인이 13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업 131명, 현직 기초의원 107명, 건설업 75명 등의 순이었다.

정당별로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많아 눈길을 끌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재산도 적은 편이었다. 민노당 소속으로 경기 평택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용한(金容漢) 후보는 재산이 1600만원, 구리시장 선거에 입후보한 백현종(白鉉宗) 후보는 100만원이라고 밝혔다.

납세실적이 없는 기초단체장 후보의 경우 무소속이 2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민주당 7명 △민노당 5명 △자민련 4명 △민국당 3명 △한나라당 1명 순이었다.

시민단체 출신 후보들도 재산이 적거나 납세실적이 없는 사람이 많았다. 전북지역에 출마한 환경운동가 출신 H후보(재산 1억3500만원), 역시 전북지역에 출마한 시민단체 소속 K후보(재산 2820만원)는 납세실적이 없었다.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는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사회당 안승천(安承千) 후보가 유일하게 납세실적이 없었는데 안 후보는 재산은 ‘0원’, 직업은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라고 밝혔다.

이 밖에 경남지역의 기초의원 후보로 나선 문모후보의 경우 재산이 103억8114만원이라고 신고했으나 세금 낸 실적이 전혀 없어 한때 선관위 관계자들을 경악케 했다. 그러나 재산 내용을 파악한 결과 문 후보의 둘째아들이 대전에 95억원짜리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문 후보 명의로 돼있는 재산은 주택 2채와 아파트 전세권 등 2억원 정도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