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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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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토론자는 허영섭(許英燮) 경향신문 전문위원, 김현호(金玄浩) 조선일보 논설위원, 강병태(姜秉泰) 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 이선근(李瑄根) 연합뉴스 논설위원, 최춘애(崔春愛) KBS 경제부장 등이었다.
동아일보의 인터넷 매체인 ‘동아닷컴(www.donga.com)’이 이날 토론 내용을 단독 생중계했으며 그 전문이 동영상과 함께 동아닷컴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정치보복과 부패척결▼
-검찰의 권력형비리 처리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의 중립성을 어떻게 평가하나.
“열심히 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말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서울지검장은 (내 장남의) 주가조작을 조사한 바 없다고 하는데 언론쪽에선 검찰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이 의심받을 행동을 해선 안된다. 대통령 아들 문제를 엄정하게 처리할 태도가 있다면 특검제 활용하는 게 좋다. 이 경우 특검제가 검찰의 기능을 망치는 건 아니다.”
-이 후보가 집권하면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등 ‘빅4’에 경기고 출신을 기용치 않겠다고 선언할 용의는….
“그러면 시원하겠지만 그런 말은 헌법에 위배된다. 나는 학연에 치우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K고 나왔다고 하는데 정치권에 들어와 다툰 사람들이 모두 K고 출신이다. 제도보다도 대통령이 특정 인맥을 쓰는 걸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인사청문회다.”
-경기고 출신을 검찰총장에 기용치 않겠다는 상징적인 말이 헌법과 무슨 관련이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재산 중에 불법취득한 부분이 있다면 집권 후 조사할 의향이 있나.
“법과 원칙에 의해 부정부패를 다스리는 건 대명제다. 한편 정치보복이 다시 자행되고 되풀이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부정부패의 척결 측면보다도 정치보복 차원에서 이뤄지는 건 찬성하지 않는다. 부정부패 척결은 국민 모두가 원하는 국가 혁신의 길이다. 그러나 정치보복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관련기사▼ |
- ‘서민적인 李’ 이미지변신 주력 |
▼남북관계▼
-북한은 유독 이 후보를 ‘통일의 원수, 역적’이라고 부른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로 있을 때 북한은 나를 ‘김영삼의 삽살개’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런 욕에 구애받지 않는다. 상황이 바뀌면 욕은 칭찬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나 김정일(金正日)이 너를 나쁘게 보기 때문에 너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안된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의 입맛대로 가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식견있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어떤가.
“김 위원장을 잘 모른다. 다만 그는 많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러면 남북 관계를 이어가기 어렵다. 약속을 지킨다는 검증이 있어야 신뢰가 구축된다.”
-탈북 난민들은 어떻게 처리할 건가.
“본인들이 한국에 오길 희망하면 수용해야 한다. 그들이 중국을 원하든 러시아를 원하든 이들 국가에 난민지위를 요청해야 한다.”
-중국에만 탈북자가 수십만명 있다고 한다. 전원 수용하면 남북한에 어떤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나.
“한국이 안 받아들이면 (그들이) 어디로 가란 말이냐. 일단 난민으로 인정, 그들의 선택에 따라 가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우고 재정 등 기타 정책수단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본말을 전도해 그것 때문에 수용을 하지 않고 떠돌게 한다는 것은 안된다.”
-독일의 폴러첸이라는 북한인권운동가가 월드컵 기간 중 탈북자들을 보트피플식으로 한국에 보내겠다고 한다. 이런 NGO활동을 지지하나.
“그의 활동은 인도주의적 인권활동이다. 실제로 그 인원을 수용해 어떻게 할 것인가는 실현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 인도주의에 반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대미관계▼
-미국에서 공화당의 환대를 받고 고무됐다고 들었다. 미국의 지지를 받았는가.
“지지를 받았다기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말했다. 외교는 많은 부분에서 미국과 견해를 같이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우리 국익을 우선하는 외교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미국 방문에서 친미 정서를 보였다는 말이 있다.
“미국에서 한 말은 모두 국내에서 한 말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듣기 좋아하는 소리를 새롭게 하거나 첨가한 것은 없었다.”
-2000년 8월 정부가 반미 감정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당시 노근리나 매향리 사건이 진실 규명보다는 반미 감정을 불러일으켜서 ‘사건의 본질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고 우려한 것이다. 한미동맹의 골간이 우리 경제 번영의 밑바탕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한미관계에서 제대로 정곡을 찔러 해결해야지 반미를 일방적으로 끌고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한나라당이 F15K 선정에 대해 특별한 반대를 하지 않은 것도 이 후보의 친미 인상과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대선후보 경선 중에 TV토론에서 이 문제를 다 언급했는데, 언론이 관심을 갖지 않아 떠오르지 못했다. 예산 부족과 절충 교역 문제, F15K가 2030년에 생산 중단되면 부품 공급이 원활할지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로비가 들어간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대단히 불쾌한 일이다.”
▼교육문제▼
-교육과 연구개발에 국내총생산(GDP)의 10%를 투자하면 다른 어떤 부문에서 지출을 줄일 것인가.
“우선순위를 교육에 두면 된다. 교육의 경우 1%(6조)의 교육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 이 정도는 차세대를 위한 자산이므로 국민의 합의가 가능할 것이다. 일반 재원에 의한 사업성 기금에서 여유분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집권한 다음 검토할 때는 이보다 더 나올 수도, 덜 나올 수도 있다.”
-공교육을 확대하면서 사교육을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가능한가.
“공교육이 처음부터 왜곡됐다. 하향 평준화됐다. 교실이 황폐화됐고 교직자가 자긍심을 잃고 있다. 공교육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공교육 골격을 당장 없앨 수는 없으니 학교 선택의 여유를 주자는 것이다. 교육은 만인이 평등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키우는 영재교육도 필요하니, 수월성 부분은 사립학교에 주자는 것이다. 전문가·학부모들이 포함된 국가혁신위 같은 기구를 만들어 교육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와 성장론▼
-국가혁신위 보고서는 향후 20년간 최소 6% 이상 성장 대책을 내놓았다. 장밋빛 전망의 근거가 무엇인가.
“잠재성장률을 키워야 한다. 지금의 추세라면 앞으로 4, 5%로 끝날 것이다. 6% 성장은 우리 스스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기술과 교육, 인적자원이 성장 엔진이다. 과학기술 투자는 국내총생산(GDP)의 2.6%에서 3%로 올리고, 교육은 4.6%에서 7%로 올려야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핀란드는 91∼95년에 연구개발 쪽에 집중 투자해 오늘의 성장을 이뤘다.”
-인구증가율은 2010년에 0.3%로 사실상 감소된다. 빠른 노령화와 주5일근무제 등 노동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어떻게 인력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건가.
“인구감소와 노령화를 겪은 영국 프랑스도 고성장을 이뤄냈다. 상식적 판단에선 어렵다고 보지만, 기술혁신과 인적자원에 집중 투자하고 나라의 명운을 거는 정책을 시행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전문가 검증을 거친 것이다.”
-성장 경제를 추진하면 빈부격차가 커질 텐데….
“경제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제논리로 완전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건전한 상식으로 볼 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의 성장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성장이고 복지정책과 함께하는 성장이 될 것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제와 출자총액제한제 폐기 주장은 재계의 주장과 맥이 같다. 기득권층과 보수계를 지향하나.
“보수냐 진보냐로 볼 수 없다. 기업이 잘못한 일, 지배구조 불투명 등에 대한 경영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이 제대로 뛰어야 돈도 벌고 노조의 요구도 들어주고 분배도 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출자총액제한 등을 풀어 기업의 충분한 투자와 자율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텐데….
“선성장 후분배론으로 자르지는 말라. 동전의 양면이다. 지속 고성장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그러면서 복지로 흘러들어간다. 동시에 가능한 것이다.”
-이 후보의 세금정책은 기업 세금은 줄이고 국민 세금은 늘어난다는 모순이 있다.
“법인세 인하가 당장은 법인에 이익을 주는 것 같지만, 길게는 법인활동을 원활히 해서 성장과 소득 발전에 기여한다. 우리는 저소득층을 위해 부가세와 특별세 감면도 주장했다. 저소득층의 생계비 10% 절감을 가져올 수 있다.”
▼기조연설 요지▼
5년마다 대통령 일가의 비극이 되풀이되는 정치 현실은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다. 권력의 사유화가 만병의 근원이다. 인사 파탄, 국정 파탄이 모두 사유화된 권력에서 비롯된다. 법치를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인치(人治)와 권위주의로 되돌아갔다.
공론(公論)이 없었고, 오만한 개혁 독선이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 준비 안된 의약분업, 교육개혁, 빅딜, 부실기업 정책이 모두 그랬다. 빈부 격차는 사상 최악이고 서민경제는 파탄 상태이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권력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시대는 끝내야 한다. 개인이 존중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운영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나는 정치적 빚도 가신도 없는 사람이다. 평생을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나라, 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살아왔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