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기초단체장 공천놓고 당원들 시위 어수선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38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은 요즘 각 지구당에서 몰려온 당원들의 시위로 연일 어수선한 분위기다.

일부 지구당에서 경선을 통해 결정된 기초단체장 후보가 중앙당의 최종 낙점과정에서 ‘당선 가능성 희박’ 등의 이유로 뒤집히는 사례가 발생하자 해당 지구당 관계자들이 ‘실력행사’로 맞대응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이처럼 ‘상향식 공천’이란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게 중앙당이 개입해 공직선거 후보를 교체하는 일이 자주 빚어지는 것은 당헌당규에 각종 공직선거 후보의 최종 결정권을 공직후보 심사특위가 갖도록 규정해 놓았기 때문. 심사특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지역은 최고위원회에서 후보를 최종 결정한다.

실제 일부 지역의 경우는 공직후보심사특위가 ‘여성 우대’를 명분으로 경선에서 1등을 한 남성 후보를 탈락시키고 2위에 그친 여성 후보를 공천하기로 하자 탈락된 남성 후보들은 역차별이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근 특위는 서울 종로와 광주 서구청장 후보에 경선 2위를 기록한 여성 후보인 양경숙씨와 안성례씨를 각각 공천하기로 했으나 탈락한 남성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최고위원회가 후보 교체를 재검토하는 등 난맥상을 빚고 있다.

또 경기 시흥시장의 경우 일부 최고위원들이 경선에 참여하지도 않은 백청수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들며 후보로 선정하려 했으나 지구당 관계자들이 반발해 중앙당과 마찰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최고위원회의는 서울 은평구청장 후보에 김장수 후보와 동수 득표를 한 김영춘 후보를, 전남 강진군수 후보에는 2위를 한 차봉근 후보를 각각 선정해 탈락 후보 지지자들이 당사에 몰려와 “근거가 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같이 중앙당에서 본선 경쟁력을 들어 지구당 경선 결과를 뒤집는 데 대해 지구당 위원장들은 위기의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구당 위원장들은 “중앙당에서 이런 식으로 후보를 바꿔버리면 상향식 공천제의 취지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위원장들의 영(令)도 서지 않는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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