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라니…" 한나라 소장파 격앙 측근정리 고강도 압박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43분


앞길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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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비주류 측의 반발이 깊고 넓어질 조짐을 보이면서 당 내분 양상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가 21일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일부 측근을 겨냥해 정풍운동을 선언한 것은 한마디로 이들이 총재 곁에 있는 한 정권교체가 힘들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래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현 정권으로부터 이반했던 국민이 한나라당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것은 당을 사당화하려는 일부 측근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23명의 원내외 지구당위원장들이 동참했다.

이들은 이어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 등 비주류 중진들에게 “당에 남아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해 비주류간 연대투쟁 움직임까지 내비쳤다. 이 총재에게 우호적인 당내 2, 3선 모임인 희망연대 간사 안상수(安商守) 의원도 이날 부총재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정풍운동이 나오게 된 근본 배경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고문의 돌풍 등에 따른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김영춘(金榮春) 의원은 “젊은층뿐만 아니라 40대까지도 지지층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보다 직접적으로 미래연대를 강경으로 내몬 것은 전날 하순봉(河舜鳳) 부총재의 ‘쥐새끼’ 발언이다.

이에 대해 미래연대 모임에서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며 격한 성토가 이어졌고 비주류 중진들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어제 낮에만 해도 당내 투쟁에 대해 팽팽한 찬반 의견이 있었는데 하 부총재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확 쏠렸다”고 말했다. 그는 “총재의 눈과 귀를 가린 측근들을 솎아내지 않으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며 정풍운동을 ‘측근들로부터 이회창 총재 구하기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홍준표(洪準杓) 의원도 “많은 폐해를 불러온 측근들의 행태를 이 기회에 어떤 식으로든 바로잡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원칙적인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핵심 측근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모두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양정규(梁正圭) 부총재는 “한나라당 사람들은 모두 총재 측근 아니냐”고 했고 김기배(金杞培) 의원은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단 말이냐”고 반발했다. 하 부총재는 노코멘트였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도 정면돌파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자질구레한 의견들은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위해 한목소리로 합쳐야 한다”고 강조해 일단 비주류 측의 요구를 외면했다.

미래연대가 직접 이 총재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이 총재가 측근 퇴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 총재와의 마찰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대구 지역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은 있을 수 없는 만큼 이번 조치(이 총재의 수습책)를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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