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태교/남북 수자원회담 제의하라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31분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물의 날’이다. 유엔은 1992년 11월 제47차 유엔총회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하여 이날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 선포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올해도 예년처럼 봄 가뭄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식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몇년 안에 가뭄이 아니더라도 물의 절대량이 부족해진다는 사실이다.

유엔의 물 관계 전문기관들은 이미 1993년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했으며 현재와 같은 물의 낭비가 계속된다면 2025년에는 물 기근국가로 전락,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경제발전과 국민복지가 저해받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의 물 수급 상황을 보면 올해 예상 물 사용량은 333억t인데 반해 공급능력은 336억t으로 여유분이 3억t 정도에 불과하다.

▼北 물길 돌려 수량 급감▼

건설교통부는 현재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2006년에는 수요가 346억8000만t인 데 비해 공급은 345억8000만t에 불과해 1억t이 부족하기 시작하여 2011년에는 부족량이 무려 17억9000만t으로 안동댐과 주암댐의 저수량을 합친 만큼의 양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은 물의 수요면에서는 물의 낭비, 노후수도관에 의한 누수, 공급측면에서는 댐건설의 중단과 환경오염이 심화된 결과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국민이 아직도 우리나라는 물이 풍부한 나라로 착각하고 물을 ‘물 쓰듯’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민은 물의 위기를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다 최근 북한이 북한강과 임진강 상류에 댐을 건설한 뒤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지하수로를 건설, 강 하류로 내려오던 물길을 동해안으로 돌리는 바람에 북한강과 임진강의 수량이 현저하게 줄어 수도권의 용수 공급과 전력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처럼 용수공급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 명백한데도 정부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10년 동안 북한강 상류에 우리가 금강산댐으로 부르고 있는 임남댐과 포천 1·2댐, 전곡댐, 신명리댐, 조정지댐 등을 완공했거나 건설 중이며, 임진강에는 내평·장안댐이 완공 단계에 있다고 한다.

북한은 해발 300∼400m에 위치한 이들 8개 댐에서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총 100㎞의 지하수로를 만들어 북한강과 임진강 물을 태백산맥 동쪽으로 돌려(유역변경식) 300m의 낙차를 이용, 안변청년발전소(총시설용량은 81만㎾)에서 전력을 생산한 뒤 원산 앞바다로 물을 빼고 있다.

금강산댐이 담수를 시작하면서 북한강 상류 화천댐에 유입되는 수량이 5분의 1 정도로 줄면서 화천댐의 발전량도 크게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강 유역에 건설한 5개 발전용 댐에서 한 해에 생산하는 발전량의 30%인 4억kWh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금액으로 300억∼400억원 상당이다. 일부 수자원 전문가들은 북한의 댐들이 계획대로 모두 완공돼 동해로 물을 빼내면 2011년 수도권의 물 부족량은 전문기관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두 배에 가까운 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 주민의 용수원인 북한강과 임진강으로 유입되는 물이 감소함에 따라 가뭄 때는 일부 지역의 물 부족이 우려된다. 특히 홍수 시 북한강과 임진강 상류 댐의 수문을 일제히 열 경우 하류인 수도권 지역은 큰 피해도 볼 수 있다.

▼잃어버린 한강 물 찾아야▼

남북이 분단된 현 상황에서 국제법상으로 보면 임진강과 북한강은 남·북한이 함께 사용하는 공유하천이다. 공유하천은 당사국의 동의 없이는 유역변경식으로 물길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유하천의 물길을 돌려 대형댐 하나 정도의 저수량에 해당하는 물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한 셈이다. 공유하천에 대한 이용권을 둘러싼 물 분쟁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중국과 동남아 5개국 간의 경우처럼 전쟁으로까지 치닫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정부는 ‘물의 날’을 계기로 북한강과 임진강의 잃어버린 물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당국에 남북 수자원회담을 제의, 한강의 유량을 원상으로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태교 기라정보통신회장·전 수자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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