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정계개편 '믿는 카드' 있나

  • 입력 2001년 10월 30일 23시 20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총재는 30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정계구도는 앞으로 몇 고비를 넘기면서 변화하고 변질될 것이다. 내년 2∼3월쯤 정계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다”며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큰 변화가 있을 것임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지각변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자민련 당직자들은 대체로 현재의 한나라당-민주당 양당 구도를 무너뜨리는 제3의 정치세력이 부상하는 구도를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물론 제3의 정치세력 태동의 중심은 자민련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JP의 한 측근은 “자민련이 비록 교섭단체 지위조차 잃었지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어느 쪽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당의 정체성을 살려 나가면 반드시 현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JP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에는 협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자민련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거나 흡수되지 않는 중간지대에 남아있을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내부의 상황 변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가령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당적이탈 이후 김 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그리고 JP를 아우르는 국가 원로들의 대연합 가능성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JP가 재·보선 이후 정국구도와 관련해 “원내 과반수에 이르렀다고 한나라당 맘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대선 때까지 정국구도가) 몇 번이라도 변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소수 열세 후보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당내에서는 JP가 직접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다수지만, 지금 당세가 크다고 해서 반드시 차기 대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경고성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JP 자신은 내년 대선에 자민련이 후보를 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JP의 의중과 관계없이 객관적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 의원을 영입한 한나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의 안방이었던 대전·충남권 공략을 장담하고 있다.

연말까지 자민련이 보다 확실한 활로를 모색하지 못할 경우 자민련의 동요와 이탈 움직임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JP의 파괴력 또한 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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