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사업 기종선정 내년 연기 가능성…"협상목표 달성이 중요"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1분


“시한에 쫓겨서 허둥지둥 가선 안된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의 실무책임자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FX 기종 선정과 관련, “나는 철저한 장사꾼”이라며 “(시한이 아니라) 협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은 올 7월로 예정됐던 기종 선정이 기약없이 늦춰져 왔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종 결정이 내년 초로 늦춰질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 물론 이 같은 발언은 막판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협상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기종 선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예산 집행 및 가격 협상 과정에서 몇 가지 장애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올해 배정된 예산(1224억원)이 불용(不用) 처리되는 데다 업체들의 반발로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

그동안에도 일부 업체는 “한국처럼 질질 끄는 답답한 협상은 처음”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내왔다. 특히 한 업체 관계자는 “해를 넘길 경우 하청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전체 비용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기종 선정 연기에 따른 애로를 토로했다.

다만 국방부는 기종 선정이 늦어져도 공군사업의 이월한도액(500억원 가량) 내에서 계약금을 낮춰 지불하고 이후 연차적으로 지급할 금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견해. 따라서 경쟁업체들도 일단 결정이 이뤄지면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도입 당사자인 공군측의 걱정이 가장 크다. 총 규모가 4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사업을 지방선거와 대선이 있는 내년으로 미룰 경우 가뜩이나 ‘말 많고 탈 많은’ 무기도입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 때문에 “FX사업 자체가 무산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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