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실명 거론' 충돌]욕설…삿대질…'쑥밭 국회'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0분


19일 경제분야에 대한 국회 대정부질문은 여야 의원들이 상대 당 의원의 실명을 들이대며 이권개입 의혹을 폭로하는 바람에 시종 의석에서 욕설과 고함이 난무했다. 본회의장 밖에서도 여야는 기자간담회와 원내대책회의 등을 통해 상대방을 격렬히 성토하고, 오후에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비난전을 계속했다.

의사진행발언에서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야당은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누구누구를 만났다’면서 언론에 대서특필되도록 하는데, 공개된 제주도 여행이 무슨 의혹이 될 수 있느냐”며 “야당이 국회에서 선동만 하면 나라가 어디 가겠느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정치인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사람을 만날 때 신원조회를 하고 나서 식사를 같이 하느냐”며 “우리도 쓰라린 야당 경험이 있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 하늘의 뜻이 있어야 정권이 온다”고 훈계조로 말했다.

김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한나라당 의석에선 “그만해”라는 고함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어 단상에 오른 한나라당 박승국(朴承國)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변자로서 시중에서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당연히 물을 권리가 있다”며 “국민의 뜻으로 묻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하면, 의원더러 국민의 대변자 노릇을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많은 국민이 ‘이용호 게이트에 여권 실세들이 개입돼 있다’고 궁금해해서 우리가 K, K, J를 거론하며 물은 것이고, 여당이 ‘실명을 대라’고 해서 오늘 실명을 말한 것인데 뭐가 잘못됐느냐”며 “의원이 의정단상에서 바른 말 안 하면 어디 가서 바른 말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장영달(張永達) 의원도 나서서 “80년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아들인 김 의원도 잡혀가 고문을 받아 지금 몸이 불편하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아들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김 의원은 지극히 조심하면서 살고 있다”며 “시중에 떠도는 얘기라고 다 얘기하면 끝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싸움이 하도 답답했던지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까지 나섰다. 이 의장은 “63년부터 의원 생활을 했지만, 과거에는 의원들이 서로 보호해주고, 국가원수와 야당총재를 예우했었다”며 “남북도 대화하는데 여야가 서로 원수가 된 듯이 싸우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개탄했다.

이 의장은 매우 못마땅한 얼굴로 “누가 정권을 잡든지 나라는 발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공생의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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