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방북단 행적 수사]사전교신 인터넷 문서 발견

  • 입력 2001년 8월 22일 22시 58분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했던 남측 대표단 16명에 대한 공안당국의 수사는 22일 관계자들이 일제히 입을 굳게 다무는 등 철저한 보안유지 속에 진행됐다.

수사결과 범민련 관계자 5명이 북측과 ‘사전 교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인터넷 문서가 발견됐으나 범민련측은 이 같은 활동을 범죄로 볼 수는 없다고 반박하고 나서 공안당국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부담스러운 여론〓수사 관계자들의 ‘함구’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깊은 고민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를 둘러싼 제반 상황들은 공안당국의 결정과 행동 범위를 극도로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등 공안당국은 긴급체포 시한 48시간이 경과되는 23일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그러나 이른바 ‘남남(南南)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관련자들의 신병처리에 대한 검찰의 결정은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21일 김포공항에서 드러났듯이 실정법 위반 사실이 드러난 관련자 전원을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통일의 과정에 불가피한 일이므로 형사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혼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안당국의 결정은 남북한 정부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향후 남북관계와 민간 교류협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사전 교신’ 논란〓국가정보원 관계자는 “5명이 북측과 사전 교신을 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범민련 남측본부 인터넷 홈페이지(tongil.jinbo.net)의 게시판에 올려진 8월2일자 ‘6기 5차 의장단회의 결과 보고’라는 글은 ‘안건’이라는 소제목 아래 “강령 규약 수정안 검토의 건과 관련, 남측 시안에 대해 북측이 수정안을 검토함. 북측의 수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을 표함”이라고 돼 있다. 글자 그대로 남북의 본부가 8월15일 방북 이전에 서로 여러 차례 강령 개정안 시안을 주고받으며 ‘회합 통신’을 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글을 쓴 범민련 남측본부 민경우 사무처장은 “강령 개정 문제는 그동안의 연방제통일안을 폐기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반영하는 쪽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측이 논의해 온 사안이며 그 내용은 고스란히 게시판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 본부는 이일이 아니라도 하루에 수차례씩 일본을 통해 전화나 팩스를 주고받아 왔고 이 사실을 국정원도 이미 훤히 알고 있었다는 것.

민 처장은 또 “검찰이 ‘연석회의’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정부가 허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승인한 ‘단체별 부문별 행사’시간을 이용해 남북 10여개 단체들이 간담회를 갖는 동안 남북 본부가 만나 대화를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안당국이 의심하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범민련도 대체로 인정하지만 그것을 아주 은밀하고 교묘하게 추진된 ‘범법행위’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범민련 관계자들의 방북을 모호한 기준에 의해 허용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공안당국의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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