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야스쿠니 변칙 참배에 당혹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30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휴가 중 야스쿠니(靖國)신사를 ‘기습 참배’한 데 대해 정부는 당혹해 하면서도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우려해 어쩌면 참배를 안 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가 한 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격앙된 표정이었다.

한 참석자는 “고이즈미 총리의 행태는 앞에서는 선린 우호를 말하고 돌아서서는 군국주의의 부활을 기원하는 전형적인 이중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응 방법을 놓고 숙의를 거듭했다. 진행 중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달리 신사참배는 이미 끝나버린 행위여서 성명이나 논평을 통한 유감 표명 외에 달리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민 끝에 당국자 논평보다는 훨씬 강한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측에 유감과 항의의 뜻을 표명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성명 외에 추가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나라 총리의 행동을 외교부 대변인 성명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강한 대응책”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주한 일본대사를 부르거나 주일 한국대사를 소환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이날의 유감 성명은 과거 두 차례의 일본 총리 야스쿠니신사 참배 때 정부가 취했던 대응에 비해 강도가 센 것이 사실.

문제는 국민의 대일 감정과 여론의 흐름. 여론이 나빠지면 보다 강경한 대응을 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월 교과서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도 정부는 “신중히 대응하겠다”고 했으나 반일감정이 불처럼 타오르자 초강경으로 선회했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역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와 한국정부의 대응▼

시기일본
총리
신사 참배 형태 한국 정부의 대응
1985.8나카소네 야스히로일본 총리의 첫 ‘8·15’ 공식 참배 -공식 논평이나 성명 없음
-정부의 미온적 대응이 일본의 대한 차 관 제공과 연관 있다는 의혹 제기
1996.7하시모토 류타로자신의 생일날, 개인 자격 참배-외무부 당국자 논평을 통해 ‘86년 이래 중단된 일본 총리의 참배가 다시 행해 진 사실에 주목한다’고 경고
2001.8고이즈미 준이치로‘8·15’를 피해 휴가중인 13일 참배 -외교통상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명
-교과서문제로 경색된 한일관계 더 악화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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