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여권의 복안 뭘까]총체적 위기론엔 회의적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8시 4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정쇄신 방안 마련을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 김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30일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으로부터 그동안의 국정상황과 민심동향을 보고받았다.

▼"대통령 최근 상황 잘알아"▼

한실장은 “대통령이 국내사정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파악하고 계시더라”고 말했다. 외국순방 중에도 언론보도와 각종 보고를 통해 국내사정을 면밀히 체크하고 살펴왔다는 얘기였다.

김대통령은 1일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으로부터 주례보고를 받는다. 2일엔 만찬을 겸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4일 민주당총재특보단과 오찬을 하며, 6일 정례당무보고를 받는다. 이를 통해 작금의 여론을 ‘있는 그대로’ 수렴할 계획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는 아이디어도 나왔으나 성사는 불투명하다.

김대통령은 여러 채널로부터 당정의 인적 물갈이로부터 당정협의 강화 방안, 대야(對野)관계 정비 등 국정운영 전반에 관해 광범위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시스템'에 변화줄지 관심▼

그러나 김대통령은 일단 정기국회 폐회(9일) 이전에는 국회운영에 전념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때문에 당정개편 등의 조치는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시상식 참석 일정(8∼14일·잠정계획)을 감안할 때 다음달 중순쯤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광옥 실장은 당정개편에 대해 ‘필요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 폭이 유동적일 뿐 개편은 정기국회 이전부터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보다 큰 관심사는 과연 ‘시스템’에도 변화를 줄 것이냐이다. 그동안 여권 내부에서조차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

다만 그와 관련해 하나의 시사점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김대통령은 현시국을 야당이나 언론의 주장처럼 ‘총체적 위기’로는 판단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한실장은 대신 ‘위기적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 내에는 현재의 혼란이 경제불안에 따른 심리적 동요가 주요인이며, 특히 야당이 이를 부추긴 측면이 많다고 보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연말과 내년 2월로 단계적 시한을 정한 경제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경제가 회복될 것이고, 대우자동차문제나 의약분업, 한전 민영화, 공적자금 처리 등의 난제도 가닥을 잡아가는 중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대통령이 30일 ‘무역의 날’ 기념사에서 “근거 없는 낙관도 경계하지만 극단적인 비관도 도움이 되지 않는만큼 한편으로는 비상한 경각심을, 한편으로는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로 미루어 개편을 하더라도 근본적인 변화가 아닌 부분 보완, 수정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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