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빠진 검찰]"부결돼도 여론 눈총 부담"

  • 입력 2000년 11월 13일 19시 09분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의 탄핵소추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보고(15일) 및 처리(17일)를 앞둔 13일 대검찰청은 차츰 위기감이 더해가는 분위기다.

대검 간부들은 정치권 쪽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탄핵 당사자들도 평소처럼 일상업무를 챙기고 있으나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더구나 최근 검찰수사 결과를 뒤엎은 옷로비 사건 1심재판과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수사미진 등으로 검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이 사면초가에 빠져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과거처럼 정치권을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공세를 펼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동안 대검 공안부는 탄핵안의 직접 원인인 4·13총선 선거사범 편파수사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주장을 공개반박하는 등 정면 대응해온터라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케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자민련 의원들을 상대로 검찰 간부들이 은밀히 협조를 구하고 있는 눈치.

대검의 한 관계자는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검찰 조직이 큰 상처를 입을 뿐만 아니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조기 레임덕현상이 나타나고 정권의 앞날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여권 핵심부도 이를 잘 알고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여권핵심부가 이 문제를 너무 느슨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여권이 이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의 심각성을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 검사들은 탄핵안 통과 가능성에 대해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시각이 엇갈렸다.

“야당이 정치적 목적에 의해 검찰을 뒤흔드는 것이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서울지검 형사부 검사),“검찰이 먼저 과거의 잘못에 대해 진지하게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한 부장검사).

검찰내부에는 이번 탄핵안이 어떻게 처리되건 검찰에 미칠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는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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