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국감증인 채택-추경심의 '소수당 한계' 고민

  • 입력 2000년 10월 15일 19시 08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10·5’ 국회정상화 합의 이후 “우리의 길을 가겠다”며 대여(對與) 강경론으로 치닫던 자민련이 불과 열흘만에 기세가 꺾인 듯 주춤하고 있다. 국정감사 증인채택과 추경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소수당으로서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자민련은 그동안 ‘캐스팅 보트’ 역할을 자임하며 국감 증인을 가능한 한 많이 채택하고 추경예산안도 대폭 삭감한다는 방침을 정함으로써 민주당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추경안 심의과정에서 철저히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한데다, 일부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도 지도부와 의원들 간에 손발이 맞지 않아 당내 분란만 가중됐다.

특히 한나라당이 정부 여당을 밀어붙이는데 자민련은 이용만 당했을 뿐 아무런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내부 평가가 지배적.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한나라당만 좋은 일 시켜주고 정작 우리는 인심 잃고 집안싸움만 하는 꼴이 됐다”는 자조(自嘲)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이 13일 국회에 제출한 검찰총장 탄핵결의안에 대해서도 자민련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정부 여당에 본때를 보이는 계기로 삼자”고 주장하지만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 등은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아예 당론을 정하지 말고 의원들 각자 판단에 맡기자”는 의견도 나온다.이같은 강경론과 신중론 사이에서 자민련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한 당직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한동안 여야는 ‘긴장 속의 밀월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로선 우울한 나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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