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정상화 합의]정국 먹구름 아직 '갤듯 말듯'

  • 입력 2000년 10월 5일 23시 11분


민주당과 한나라당 총무간의 ‘10·5’ 합의로 3개월 가깝게 표류하던 국회가 일단 제 궤도에 들어섰다. 여야간 화해 무드는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수회담을 통해 확실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미 30일 넘게 정기국회 회기를 허송세월했으므로 ‘선거비용실사 개입 의혹 국정감사→대정부 질문 및 상임위 활동→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국정조사→예산안 심의’ 등을 숨가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회일정도 그만큼 빡빡할 수밖에 없게 됐다.

국회가 일단 정상화됐지만 향후 정국이 순탄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총무회담에서 합의된 3개항 자체가 각자의 편의에 따라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따라서 선거비용실사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감사와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에 관한 국정조사 진행과정에서 여야가 다시 충돌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특별검사제 실시 여부도 그렇다.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이라는 모호한 단서조항부터가 여야의 자의적 판단의 개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록 ‘국회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는 여론에 떠밀려 등원까지는 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전히 ‘전의(戰意)’에 불타고 있다.

게다가 15대 총선 직전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자금의 신한국당 유입 사건이 불거져 나와 검찰이 언제든지 수사를 본격화할 태세인데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민주산악회’ 재건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정국을 뒤흔들 복병이 적지 않게 도사리고 있다.

자민련의 태도도 큰 변수다. 총무회담 합의사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자민련이 민주당을 겨냥해 “이제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한 당직자는 “당 총재가 총리로 가있다는 사실도 앞으로 절대 의식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민련의 ‘몽니’가 계속될 경우 민주당은 법안 처리 등 정기국회 운영에 있어 사사건건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 소수정권으로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민련의 대오 이탈은 민주당에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자민련은 국회 운영위에서 재심의될 국회법개정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본회의 의결을 위해 ‘법안 처리’를 볼모로 민주당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총무회담 과정에서 자민련과 충분히 협의했다”고 말하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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