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정국 요지부동]與 "이제는…" 野 "아직은…"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13분


박지원(朴智元)전문광부장관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21일 정치권에는 뚜렷한 변화 의 조짐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상임위를 열어 야당의 국회 등원을 간접 촉구했지만, 한나라당은 예정대로 부산역 집회를 강행했다.

▽야당, 이 정도로는 안된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대한 특검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않으면 국회 정상화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총재는 특검제는 국민의 요구로 지금은 국회 등원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 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자세가 달라지지않을 경우 내친 김에 28일로 예정된 대구 집회까지 강행, 여론 몰이를 계속하겠다는 방침.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지금 우리가 왜 국회에 들어가나. 특검제가 관건이다. 대전에서도 (규탄대회를) 하자는 얘기도 있다 고 말했다.

한 의원은 분위기 상 부산 집회 후 국회 등원을 검토할 수도 있을텐데, 어제 박전장관이 사퇴 회견에서 이총재의 대선자금 테이프 운운하는 바람에 등원하고 싶어도 못하게 됐다 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박장관 사퇴와 무관하게 경제위기 수습을 위해 국회 정상화를 긍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는 여론도 만만치않다. 박근혜(朴槿惠)부총재와 일부 초선의원들은 아예 무조건 국회 등원한 뒤 원내에서 투쟁하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도 내부적으로 10월초에는 등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얘기가 있다. 한 당직자는 앞으로 1주일을 지켜보자. 여당이 눈에 보이는 성의 표시를 하면 대구집회를 안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여, 그만하고 들어오라 = 민주당은 이날 서영훈대표의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등원을 거듭 촉구하는 한편으로 대변인단이 총동원돼 대야 비난을 퍼붓는 등 강온전략을 총동원해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서대표는 회견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더 이상 소모적인 정쟁에 빠져 있을 경우 정치 파행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게 된다는 비판을 받게된다 는 논리로 야당의 등원을 촉구했다. 서대표는 야당은 오늘 부산 집회를 마지막으로 국회로 돌아왔으면 한다 며 부산에서 집회해 봤자 부산밖에 알려지지 않지만, 국회에서 말하면 언론을 통해 전국이 알게 되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

서대표는 또 한빛은행사건 관련 검찰 수사를 지켜보면 특별검사제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 고 특검제반대를 재확인하고 박지원(朴智元)전장관이 사퇴한만큼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 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날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테이프 존재여부와 관련, 테이프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있다 고 한나라당 측에 대해 신경전도 병행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과 3명의 부대변인들도 이회창총재는 김대중대통령의 당적이탈을 주장하기 전에 국회 파탄의 책임을 지고 먼저 야당총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는 등 대야 비난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국회상임위가동 = 민주당은 21일 정무 재경 산업자원 농림해양수산 건교위 등 5개 상임위원회의 간담회를 열어 주가 및 고유가 문제, 태풍피해 대책 등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등 야당의 조속한 국회 등원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자민련의원들은 이날 정무 농림해양수산 건교위에만 선택적으로 참석했다.

<윤승모·송인수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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