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21일 부산집회…"朴장관 사퇴만으론 안된다"

  • 입력 2000년 9월 20일 19시 21분


20일 부산엔 태풍 전야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한나라당이 다음날 부산역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가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부산집회의 명칭을 당초 ‘김대중(金大中)정권 국정파탄 규탄대회’에서 ‘김대중 정권 국정파탄 범국민 궐기대회’로 바꾸는 등 집회의 성격을 격상시켰다. 어느 곳보다도 반여(反與)정서가 강한 지역으로 알려진 만큼 당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대규모로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

이회창(李會昌)총재도 1박2일 일정으로 집회 하루 전날인 이날 부산에 도착, 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번화가인 서면역과 남포동 일대를 돌면서 규탄대회 개최를 알리는 전단을 직접 배포했다. 평소 지방행사에 참석하더라도 저녁에는 항상 서울에 올라오곤 했던 이총재로서는 이례적인 1박 일정이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총재는 부산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대통령과 여권의 정국대처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총재는 “국정파탄 경제위기 정권위기의 ‘삼각파도’가 한꺼번에 나라와 정권에 덮쳐오고 있는데도 김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기싸움을 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국정파탄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의 사퇴에 대해서도 “우리는 박장관 개인의 사퇴를 목표로 투쟁한 것이 아니고 권력층의 부정부패 척결을 목표로 해왔다”고 말해 공격의 타깃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부산집회를 계기로 여야간에 대화를 모색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이 계속 장외에 있는 게 다소 부담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겸허한 자세로 현실을 직시한다면 우리는 이제라도 정부 여당과 기꺼이 협상하고 타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최근의 사태와 관련해 좀더 진전된 안을 내놓는다면 대여 협상에 응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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