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민군대장이 버섯 들고 온 까닭은?]

  • 입력 2000년 9월 13일 19시 06분


'북 인민군대장이 송이버섯을 들고 서울에 온 까닭은?'

김용순(金容淳)비서 일행중 가장 관심을 모은 사람은 박재경(朴在慶)조선인민군 총정치국 부국장(대장)이다. 그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보낸 송이버섯을 들고 와 남측에 전달하고 곧 평양으로 되돌아갔다. 서울 체류시간은 6시간 남짓. 서울에 온 북측 인사가 오자마자 돌아간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북측은 박대장의 방문 목적이 '송이버섯 전달'이라고 밝혔다.

그의 방문에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없지 않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속도가 붙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긴장완화(군사) 문제로 멈칫하고 있는 시점에서 김위원장이 군부내 최측근인 박대장을 송이 전달책임자로 보낸 것은 남북 군사당국간 대화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확대해석에 가까우며 박대장은 송이 전달이라는 소기의 목적에만 충실했으며, 군사당국자간 회담 성사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통일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칠보산의 송이 채취를 인민군 군인들이 맡아했을 것이고, 박대장이 국방위원회 소속이므로 김국방위원장이 남측에 약속한 선물을 전달하는 데는 그가 적임자였을 뿐이라는 것.

북한 방송들이 김용순(金容淳)비서 일행의 서울 방문을 보도하면서 '박재경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부총국장' 대신 '조선국방위원회 박재경대장'이라고 그를 소개한 것도 그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군인사를 선택한 김위원장의 의도에 '평화의지의 과시'가 있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민군 핵심인사를 선물 전달자로 씀으로써 인민군이 '평화사업'에 봉사한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다는 것. 이는 김국방위원장이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군인을 그냥 두면 주적(主敵) 개념만 생기니 빨리 평화적 건설사업에 투입해야 한다"고 한 발언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는 11일 송이 전달식 직후 우리측에서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거부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박대장이 우리 군 인사와의 대면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남북 군당국자간 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군 인사간 접촉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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