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총리의 100일]"민생챙기기-행정능력 합격점"

  • 입력 2000년 8월 29일 19시 00분


“대통령이 통일외교안보 분야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나는 ‘민생총리’로서 내각을 확실히 통할하겠다.”

이한동(李漢東)총리는 재임(총리서리 임명 기준) 100일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의 100일 행보는 그런 평가를 들을 만한 것일까.

적어도 관가에서는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총리가 취임이후 의료계 폐업사태와 금융시장 불안 등 국정현안을 적극적으로 챙겼고, 민생현장을 살피는데도 의욕을 보여 ‘정치인총리’에서 ‘민생총리’로 변신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대다수 총리실 직원들은 “이총리가 내각을 매끄럽게 이끌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총리의 행정능력은 합격점 이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하는 총리’의 이미지를 쌓기 위한 이총리의 노력은 음주 자제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 측근은 “‘두주불사형’인 이총리가 술을 자제하는 것은 총리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이다”고 설명했다.

이총리는 이날 오찬장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포천군 일동에서 가져온 ‘생보약주’를 반병씩 맥주컵에 따라 돌리면서도 자신은 마시지 않았다.

이처럼 이총리는 나름의 ‘자제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총리는 대통령의 보좌기관일 뿐”이라며 큰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정치적인 것일 수 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차기대권 후보군의 한사람임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향후 정치행보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드라마 왕건도 안보나? 하늘이 정해준 데로 가는 거야…. 우선 총리나 제대로 해놓고 보자”라고 슬쩍 내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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