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원장 발언 분석]남북관계 개선에 '파격적 의지'

  • 입력 2000년 8월 13일 23시 37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언론사 방북단과의 오찬에서 한 발언들은 남북관계에 대한 급격한 인식의 변화를 엿보게 한다. 김위원장은 분야별 관심사에 대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내용과 스타일로 자신의 심경과 구상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통일 문제와 관련, 김위원장은 “지금까지 양측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 체제 유지를 위해 양측 정부가 통일 문제를 모두 이용해 왔다”고 말했다. 이는 남북정상이 6·15공동선언을 통해 합의한 통일 문제의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과거 정치적으로 남북관계를 이용했던 전철을 밟지 말고 양측이 새로운 노력을 전개하자는 것.

그의 이같은 인식은 남북관계의 급속한 개선을 약속하는 여러 발언들로 나타났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8월에 이어 9, 10월에 추가 상봉을 시키고 내년에는 가정 방문까지 하도록 하자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물론 “준비 없이 갑자기 하면 비극적 역사로 끝나거나 다른 방향으로 가 버릴 수 있다”며 단서를 달긴 했다.

또 남북간 교류 협력에 대해서는 경의선의 조속한 복원과 백두산―한라산 교차 관광, 남북직항로 개설 의지 표출 등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전향적인 의사를 보였다.

김위원장은 국제 사회의 인식을 감안해 미사일 문제에 대한 논란에도 구체적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이 위성 발사를 해달라는 것인지, 위성발사 기술을 제공해 달라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미 관계 개선에도 테러국가 명단에서만 제외시켜 주면 수교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 정부가 얼마 있으면 끝나는데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어떻게 할지…”라고 말끝을 흐려 미국의 차기 정권에 대해 우려의 일단을 보이기도 했다. 대일 수교에 대해서는 “일본은 36년 강점기를 보상해야 한다”고 말해 과거 청산과 배상 문제가 수교의 전제임을 분명히 했다.

강성윤(姜聲允)동국대교수는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 개선에 엄청난 속도를 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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