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권오을의원 '친북세력' 발언 대치…파행 치달아

  • 입력 2000년 7월 13일 17시 20분


국회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대정부질문 사흘째 경제분야 질문을 진행했으나 오전 질의중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의원이 `청와대가 친북세력이냐'고 한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하게 대립, 오후 늦게까지 회의를 열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특히 여당은 권오을 의원 및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여권의 대북 `저자세' 시정을 촉구하며 이를 거부한 채 대치, 14일 사회·문화분야 등 남은 대정부질문 일정은 물론 추경안 심의 등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또 여당은 야당측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권 의원의 제명결의 추진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야당측의 4·13총선 국정조사권 발동요구와 맞물려 여야간 극한대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총에 이어 원내대책회의를 갖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한나라당측의 대응태도를 집중 성토한 뒤 오전 질의중 `친북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권오을 의원 및 이회창 총재의 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와함께 한나라당이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권 의원의 제명을 추진하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정하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마련에 들어갔다.

한나라당도 의총에서 북한의 이회창 총재 및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보도가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위한 전략에서 나온 한국 정치권 길들이기로 규정, 정부당국의 `저자세 대북정책'을 집중 성토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국회에서 이 총재 주재로 긴급 총재단 회의를 소집, 향후 국회및 대여전략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다섯번째 질문자로 나선 권오을 의원은 질문도중 원고에 없는 즉석연설을 통해 최근 조선중앙통신의 이회창 총재 비난보도 및 이에 대한 여권의 양비론적 반응에 언급, "청와대가 언제부터 친북세력이었느냐"며 대여공세를 벌였다.

권 의원은 "2박3일(김대중 대통령의 북한체류 기간)만에 (북한과) 만리장성을 쌓았느냐"며 "도대체 북한에 어떤 약점을 잡혔길래 북한에 그런 저자세를 취하고 있느냐"고 비난하고, "그런 저자세가 북한의 오만을 불렀고, (적십자회담을) 금강산에서 하자면 금강산에서 하는가 하면 북한 페이스에 말려 언론취재를 불허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청와대가 마치 용공세력이냐는 식으로 발언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며, 과거 50년동안 한나라당측이 우리당에 대해 시도한 비열한 용공음해를 재연한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발언취소와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고, 여야의 공방으로 본회의장이 소란해지자 이만섭(李萬燮) 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이어 여야는 곧바로 긴급의총과 원내대책회의, 총재단 회의 등 지도부회의를 잇따라 소집, 대책을 논의했다.

[서울 = 연합뉴스 이선근·윤동영기자] sunny@yna.co.kr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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