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은 당초 남북 간의 원활한 협의를 위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자고 19일 제의했었다. 그러나 북측이 회담날짜를 미뤄도 좋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판문점 대신 금강산을 들고 나온 것은 이런 장기적 포석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남북이 합의한 ‘자주’ 정신과도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다. 판문점이 현재 유엔사 관할에 있기 때문에 북측은 판문점 면회소 설치가 아닌 금강산지역이나 휴전선 일대에 다른 면회소를 설치할 것을 강조해왔던 것.
북측은 이산가족문제도 남북 간 문제이기 때문에 판문점에 면회소를 설치하는 데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판문점이 아닌 금강산에서 적십자회담이 진행될 경우 전화연락 회선이 제한되어 있고, 일반전화 회선만 있다는 점에서 한국정부가 수시로 훈령을 내리기 어렵다는 조건도 고려한 것 같다는 관측이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미리 차단함으로써 북측이 자연스럽게 회담을 주도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정부 당국자는 “북측이 전화통지문에서 ‘우리들끼리 논의하는 데 편리하다’고 언급한 부분도 바로 이런 것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