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先평화정착-後교류협력 가닥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6월 남북정상회담 테이블에서 풀어놓을 ‘보따리’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2일 현재까지 확인되고 있는 정상회담의 의제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를 토대로 한 구체적인 교류 협력 방안이다.

전자에는 군비감축 문제와 ‘평화 선언’, 남북연락사무소설치, 정전 상황의 평화체제 전환 등이 포함되고 후자는 이산가족상봉과 경제 협력, 월드컵 단일팀 구성 등 문화 체육 교류가 주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안 동시논의 일괄 타결 기대▼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두 분야가 정상회담에서 동시에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의 선후를 감안할 때 신뢰 구축을 위한 평화정착 문제가 먼저 추진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관심사는 과연 이런 의제들이 어느 수준까지 논의되고 합의될 수 있느냐는 것.

현 시점에서 이를 전망하는 것은 속단일 수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의욕은 대단하다. 참모들도 정상회담의 성격상 이들 현안이 첫 만남에서 상당 수준까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일괄 타결’의 가능성도 점친다.

▼평화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

정부관계자가 군축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 평화체제 구축 방안에 남북의 의견이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은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유도하려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합의 도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특히 민감한 사안인 군축문제를 주요 의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은 자칫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연계시킬 위험성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런 평화정착 방안들은 자연스럽게 ‘평화 선언’ 등의 공동선언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면회소 설치등 반드시 실현"▼

김대통령이 이처럼 평화 정착을 강조하는 이유는 전쟁공포 해소와 긴장완화 없이는 남북 간의 어떤 교류와 협력도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이런 전제조건들이 충족되면 이산가족 문제나 경제 협력, 문화 스포츠교류 등은 훨씬 수월하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 믿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면회소 설치와 경협의 원칙 마련, 월드컵 단일팀 구성 등은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다.

결국 김대통령의 구상을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91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이행하는 수준까지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구상이 단순한 ‘희망 사항’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북한의 태도와 남북 실무협상의 결과에서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최영묵기자> 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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