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선거판세]여야 목표의석 합치면 400개 넘어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여야 각 당이 내놓고 주장하는 ‘선거판세’를 보면 뭐가 뭔지 어지러울 정도다. 선거를 31일 앞둔 13일 현재 4당이 우세를 장담하는 선거구수만 합쳐도 224석으로 전체 지역구 227개에 거의 육박한 상태다. 여기에 각 당이 경합지역에서 반타작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체 지역구가 400개를 넘어도 모자랄 상황이다.

▼일선후보 "우세-경합으로 해달라"▼

○…여야의 판세분석은 애초부터 ‘허구’일 수밖에 없는 속성을 안고 있다. 내부 논리로 보면 각 정당 지도부로서는 지역에서 열심히 뛰는 후보들을 ‘열세’로 분류해 기를 꺾을 필요가 없는 만큼 가급적이면 ‘우세’ 또는 ‘경합’으로 분류하게 마련.

그렇게 분류해달라는 게 자금지원 등에서 배려를 기대하는 일선 후보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당이 주장하는 선거판세는 실제 선거상황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 "反DJ표 뭉칠라" 소극적▼

각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 고전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자민련과 민국당이 목표 의석을 각각 77석과 46석으로 설정하고 30석 이상 지역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현실적’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이런 까닭. 특히 민국당의 경우 판세분석을 위한 자체 여론조사조차 변변히 하지 않은 상황으로, 현재 주장하는 판세는 당 차원의 희망사항을 반영한 ‘급조수치’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 자민련도 ‘대외용’과 ‘대내용’ 판세가 따로 있는 상황.

▼한나라 "영남 경합 많다" 엄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경우는 다소 다른 상황. 민주당의 경우는 선거전이 우세라는 평가가 나올 경우 이른바 ‘반(反)DJ’표가 한나라당으로 결집할 것을 우려, 판세 전망에 ‘엄살치’가 반영된다.

김한길총선기획단장은 “우리 당이 386세대 등의 호조에 힘입어 특히 수도권에서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몰라 아직 속단할 단계가 아니다”고 엄살.

한나라당의 경우 특히 영남지역에 대해 ‘짠 셈법’을 적용. 전체적으로 영남권 총 65석 중 우세지역이 49곳, 경합지역이 6곳이라는 게 한나라당 주장이나 실제 영남의 선거판세는 한나라당이 전 지역에서 최소한 ‘경합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 이는 영남을 기반으로 태동한 민국당 바람을 견제, ‘한나라당 몰표’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우리당의 실제 목표는 지역구 102석, 전국구 18석을 합해 모두 120석”이라며 “이 수치는 결코 부풀린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견제심리를 감안, 약간 수치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

<윤승모·윤영찬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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