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재협상 추진]정치권 여론 철퇴맞고 '네탓공방'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개악 선거법안에 대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여야의 ‘책임 당사자’들은 서둘러 해명에 나서는 등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일반 의원들은 그들대로 재협상론을 들고 나오며 협상 창구를 성토하는 등 ‘뒷북’을 치고 나서 눈총을 샀다.

○…이날 여야는 자성론보다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나라당의 막후협상 채널인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협상은 원내총무가 주로 했다”고 했고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측근들도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가 자기 체면을 세우기 위해 지나치게 협상 타결에 치중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총무탓’은 여당도 마찬가지. 국민회의 의원들간에는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가 합의처리에 매달려 너무 무원칙하게 협상을 했다”는 소리가 무성했다. 이에 대해 이부영총무측은 “협상 진행 과정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내용을 총재에게 다 보고했다”는 논리로, 박상천총무는 “원내 3분의 1 의석을 가지고 어떻게 정치개혁을 다 관철한단 말이냐”며 반발.

○…여야간 공방은 더욱 꼴불견. 여권은 16일 인구 25만명 이상 도농통합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키로 한 합의안의 위헌가능성을 내세우며 한나라당의 책임을 부각시키기에 급급. 민주당의 김민석(金民錫)대변인은 “도농통합선거구를 유지케 한 장본인은 한나라당 김영진(金榮珍)의원”이라고 주장.

‘여성 30% 할당제’가 관철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박상천총무는 “여성 30% 할당에 대해 애써 한나라당을 설득했더니 자민련이 끝내 반대했다”고 자민련을 겨냥. 이날 민주당 실행위원회에서 정동영(鄭東泳) 김영환(金榮煥) 김민석의원 등 소장파들은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의원정수 축소에 반대하는 등 딴죽을 건 한나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 이들은 그러나 ‘협상 과정에선 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당시는 내용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무책임한 발뺌으로 일관.

여야 협상팀간 합의를 수시로 번복해가며 무리한 조항을 관철해온 한나라당 지도부도 자성론은커녕 “선거법 협상의 주역은 청와대”라며 ‘청와대탓’만 되뇌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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