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속내 '합당 불가'로 기우나?

  • 입력 1999년 11월 24일 20시 02분


“분명히 말하건대 합당은 안한다. 민주국가에선 3개 정도의 정당이 있는 게 좋다. 우리의 대통령제는 대통령 권한이 너무 커서 국회의장 대법원장도 임기를 못채우고 쫓겨나고 여야관계도 극한대립만 낳는다. 대통령제는 이번으로 끝을 내야 한다.”

합당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당론에 따르겠다”고만 언급해온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23일 총리정책자문위원들과 오찬을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그러나 24일 이 발언이 알려진 뒤 김총리는 측근들에게 “아는 바 없다고 얘기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시인’이지만 ‘부인 가능성’도 열어둔 모호한 반응이었다. 오찬에 배석했던 총리실 관계자도 “멀리 앉아 있어서 잘 듣지 못했다”며 언급을 피했다.

이같은 ‘치고 빠지기’식 태도 때문에 총리실 안팎에선 김총리의 의중이 과연 뭔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했다.

측근들은 우선 ‘박태준(朴泰俊)총재 힘 실어주기’라고 풀이했다. 선거구제와 관련, 박총재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한 배려라는 것이다.

한편으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측근은 “요즘 김총리 심기가 불편하다. 뭔지 청와대 쪽에 섭섭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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