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교체의미]'옷고름 정국' 돌파구 마련 의지

  • 입력 1999년 11월 23일 19시 5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부총재를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무엇보다 ‘정치’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도 23일 인선내용을 발표하면서 “경제 외교 사회 등 각 분야가 안정을 이뤄가는데도 유독 정치가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한실장 기용을 통해 정치의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실장은 우선 당 출신으로서 비서실 개편의 근인(根因)이었던 당정간 유기적 시스템의 결여를 보완하는 데 다른 인사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평을 받는 인물. 그는 97년 대선 당시 자민련과의 후보 단일화협상을 했던 경험도 있어 여권 공조는 물론 향후 신당과 자민련과의 합당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여권은 기대한다. 또 한가지 한나라당 인사들과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도 한실장 발탁의 이유가 된 듯하다.

한실장의 기용은 또 친정체제의 강화와 책임정치의 구현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측근을 가까운 거리에 배치함으로써 김대통령이 매사를 직접 챙기는 국정운영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권 중후반기의 국정운영 목표인 ‘책임정치의 구현’을 염두에 두었다는 분석도 많이 나온다. 한실장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김대통령과 ‘공동운명체’라는 신념에 가까운 의식이 있기 때문에 국정의 하나하나를 자기일처럼 챙기고 실패할 경우에는 기꺼이 책임을 지는 보좌역할을 김대통령이 기대했다는 얘기다.

한실장 기용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은 역시 측근정치에 대한 반작용이다. 청와대나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동교동계로의 ‘권력이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우리가 책임지면 될 것 아니냐”는 말 앞에 국정의 주요 현안들이적절한의견수렴과정없이 ‘단색적(單色的)’인 의견에 의해좌우될수도있기 때문이다.

한실장 앞에는 수많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여권이 신당창당, 자민련과의 합당, 정치개혁 등의 난제를 잘 풀어서 내년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는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당정의 축으로 기능해야 할 그의 역량에 크게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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