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사건의 ‘전모’에 대한 정의원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 문일현(文日鉉)중앙일보기자 등 지금까지 드러난 관련자의 얘기와 여야의 주장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의원과 한나라당은 “이부총재가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문기자가 작성한 문건을 토대로)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만들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에 따라 언론대책이 시행되고 있는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부총재와 이전수석이 시나리오를 만든 사실과 김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을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도 제시된 게 없는 점이 정의원과 한나라당 주장의 취약점이다. 또 이와 직결될 수 있는 ‘제보자’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특히 한나라당은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하자면서도 ‘제보자’ 등 핵심사항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부총재측은 “문기자가 보낸 문건은 (이부총재가) 읽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분실했다. 물론 김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아무튼 문건이 어떻게 정의원에게 흘러갔는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문기자가 우리한테만 보낸 게 아니고 다른 여권 인사들에게도 보냈고 문건을 작성할 때 다른 중앙일보의 간부와 상의했다는 사실이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 대한 이부총재측과 문기자의 주장은 엇갈린다. 문기자는 2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문건은 독자적으로 만들어 이부총재에게 1부만 보냈으며 왜 정의원에게 흘러갔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부총재측은 “26일 전화통화에서 문기자는 분명히 ‘중앙일보 간부 모씨와 상의했다’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대목에 대해 이부총재는 문기자가 상의했다는 ‘중앙일보 간부’의 신원에 대해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 입을 다물고 있다.
또 문기자의 경우도 개인적으로 문건을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1년 가까이 국내에 머물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국내 언론상황을 전문가 수준으로 상세하게 파악해 문건을 만들 수 있었을 지 의문이다.
국민회의측 주장은 “문기자가 문서 작성 전에 중앙일보 간부와 상의했을 뿐만 아니라 문제의 문건을 중앙일보에도 보낸 것으로 이미 드러났다. 이를 보관하고 있던 중앙일보가 홍석현(洪錫炫)사장에 대한 탈세수사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자사 간부를 통해 정의원에게 흘려 폭로토록 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도 △문기자와 상의한 중앙일보 간부의 신원 △정의원에게 문건을 흘려주었다는 중앙일보 간부의 신원 등이 밝혀져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국민회의가 명료하게 밝힌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이미 모든 근거를 확보해놓고 있다.
중앙일보는 “문기자 개인이 이부총재와의 친분 때문에 문건을 만들어 제공한 것일 뿐 회사와는 전혀 무관하다. 중앙일보 간부가 정의원에게 제보했다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나머지 부분은 정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주장은 비록 사실이 아니라 해도 기본적으로 먼저 ‘증거’를 내놓을 성격은 못된다. 그러나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성격도 아울러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