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도-감청 정부해명' 강력 규탄

  • 입력 1999년 9월 22일 17시 43분


“불법 도청과 감청은 없다”는 21일 정부측 발표에 한나라당이 ‘화력(火力)’을 총동원, 반격에 나섰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22일 당무회의에서 “어제 정부측 장관들이 불법 감청은 없고 건수도 줄었다고 한 주장은 사실 왜곡이다. 도청 감청 우려가 폭넓게 확산돼 있고 총풍 세풍사건 때 불법 감청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도 총재단회의에서 “장관들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 후 거짓말을 했다”면서 “불법 도청 감청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를 시정할 용의가 없다는 뜻”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도청 감청에 대한 국민 불안이 언론보도 때문이라는 정부 시각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인권대통령임을 주장하려면 거짓말로 진실을 덮으려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고 DJ를 직접 겨냥했다.

당내 도청 감청 특위위원장인 박관용(朴寬用)부총재도 공격에 나섰다. 그는 “합법적 감청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이는 말장난이다. 한건의 감청허가서로 수십, 수백명에 대한 감청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북풍사건 관련 감청’으로만 돼 있지 특정 전화번호 등이 표기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정부측 주장의 허구성을 증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내 도청 감청 문제 전문가들도 나섰다. 김형오(金炯旿)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감청건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감청의 전단계인 통신정보제공건수는 작년 상반기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이의원의 주장은 감청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환(金榮煥)의원은 “휴대전화 감청은 현재로서는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야당이 휴대전화 감청이라고 제시한 자료는 ‘통화내용을 엿듣는 것’이 아니라 통화자의 위치나 소리샘 비밀번호 등 휴대전화 관련정보를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소웅(黃昭雄)부대변인은 “지난해에 비해 전체 감청건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야당이 구체적인 실증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근거없는 낭설만 퍼뜨려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박제균·공종식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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