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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9월 21일 19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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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천년을 맞아 지식 정보 기술 환경 문화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이나 지역사업에 대한 배려도 필요했던 점이 이번 예산편성의 어려움이었다.
한시적 실업대책 예산을 크게 줄였고 상시적 사회보장 예산 지원은 내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실시 이후에나 본격화되므로 재정규모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전망치 8%에 비해 3%포인트 낮은 5%로 줄일 수 있었다.
▼2020년돼야 빚 다갚아
▽적자재정 관리 시급〓적자보전용 국채발행규모는 올해보다 다소 줄긴 했지만 전체 예산의 12.3%인 11조5000억원에 이른다.
외환위기 이후 98년부터 적자재정이 시작된 이후 내년까지 3년간 국채발행으로 누적되는 빚은 34조1000억원.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의 말대로 균형재정 달성시기를 2004년으로 앞당긴다 하더라도 앞으로 4년간은 계속 빚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 기획예산처는 “2005년부터 흑자재정으로 돌아선다 해도 그동안 누적된 빚을 다 갚으려면 2020년까지는 가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 예산은 올해에 비해 5% 늘어난 수준에 불과해 외관상 건전재정 회복의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두차례에 걸친 추경예산편성으로 베이스가 늘어나서 그렇지 당초 예산에 비해서는 무려 9.4% 늘어난 것이다.
▼ 국채 1조 추가발행할듯
▽금융구조조정 추가투입분 없나〓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 등은 금융구조조정 비용으로 기존의 64조원 외에 최소한 10조원 정도가 더 들어가야 한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금융구조조정 비용 추가분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내년에 투신사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돼 약 10조원의 금융구조조정 비용이 투입된다면 1년간 이자부담만도 연 8%의 금리로 계산할 경우 8000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내년에도 추경예산을 편성, 1조원에 육박하는 국채를 더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
▼무이자로 사실상 보조금
▽밑빠진 공무원연금에 돈붓기〓공무원연금기금이 적게 내고 많이 타가는 기형적인 수지구조로 인해 내년부터 바닥을 드러낼 전망.
정부는 연금 지급불능사태를 막기 위해 법정부담금 외에 1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애초 일반회계를 통해 3조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정부는 재특회계를 통한 융자금으로 1조원만을 지원키로 최종 결정했다.
정부는 이 돈을 이례적으로 무이자 5년거치 5년상환으로 융자해줄 방침이다.
현재 국채유통수익률인 연 8%의 단리로 계산한다 하더라도 10년간 이자분이 8000억원에 달해 사실상 보조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정부는 연내 실시키로 약속한 공무원연금개선을 내년 총선이후로 미뤄 공무원연금 수지는 계속 빨간불을 보일 조짐이다.
▼ 최저생계비 대상은 늘어
▽한시적 실업대책비 대폭 감축〓실업률이 하락해 실업대책재원으로 한시적으로 편성됐던 공공근로사업이 올해 2조1000억원에서 내년에는 9000억원으로 대폭 준다.
경기회복을 감안해 한시적 생활보호대상도 올해 76만명에서 내년 9월까지 54만명, 10월 이후에는 38만명으로 줄인다.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재정규모증가율을 상당부분 낮출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한시적 실업대책 및 사회보장예산을 크게 줄인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내년 10월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상시적 생활보호대상은 크게 늘어나 최저생계비지급 대상자가 생계보호대상자 54만명에서 자활보호대상자까지 포함, 154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2001년부터는 이 부문에서만 최소 1조원 이상의 예산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화예산 증가도 구설수
▽선심성 예산 의혹〓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부산 신발산업, 경남 기계산업, 광주 광(光)산업, 대구 섬유산업 등에 구체적 사업개요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1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민간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 기념관건립 사업에 100억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되는 것도 내년 총선을 앞둔 선심성 예산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긴축재정을 펴야 하는 상황에서 문화예산비중을 웬만한 선진국보다 높은 1%로 늘린데서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 공약사항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 흔적이 보인다.
공무원처우개선이 당면과제이긴 하지만 공무원연금에 1조원을 쏟아붓는 외에 공무원봉급을 최대 9.7%까지 인상키로 한 것에도 곱지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인천공항등 집중 투자
▽완공 위주의 사회간접자본(SOC)확충〓SOC예산은 전체예산증가율 5%보다 낮은 4.7%로 잡았다.
신규 사업착수는 신중을 기하는 대신 완공을 앞둔 사업에 집중투자해 투자효과를 조기에 가시화하기로 했다.
내년에 인천국제공항, 경기 일산과 퇴계원을 서울외곽 남부로 연결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의 남부구간이 완공된다.
또 남대전과 서대전을 잇는 대전남부순환도로가 개통된다.
2001년에는 서울에서 전남 목포에 이르는 서해안고속도로와 대전∼무주∼진주간 고속도로가 완공되고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도 끝난다. 이에 따라 2001년 추석부터는 귀성길 교통정체가 대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