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朴正熙「만남의 역사」]DJ의원당선후 64년 첫대면

  • 입력 1999년 5월 14일 19시 41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고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을 꼭 한번 직접 만난 적이 있다.

63년 목포에서 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이듬해 여야 의원들이 청와대에 신년인사하러 갔을 때였다. “매우 상냥하고 친절하게 질문에 답변해줬다”는 게 김대통령의 기억. 2년전 강원 인제 민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으나 이틀만에 5·16쿠데타가 일어나 의석에 한 번 앉아보지도 못하고 서대문형무소로 직행한 김대통령이었지만 첫 대면의 기억은 이랬다.

하지만 20년 가까운 대결의 세월, 두 사람이 대좌한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오직 박대통령의 ‘김대중 죽이기’만 있었다. 67년 7대국회의원 선거 때 박대통령이 김후보 낙선을 위해 목포에서 국무회의까지 주재한 일화는 유명하다.

두 사람은 71년 대선에서 일대 승부를 펼친다. 결과는 94만7천표차로 박대통령 승리. 그러나 박대통령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이후 박대통령의 최대정적은 김대중이었다.

79년 10월26일 박대통령 시해사건이 터지기 몇달전 김대통령은 예춘호(芮春浩) 양순직(楊淳稙) 박종태(朴鍾泰)씨를 통해 차지철(車智澈)청와대경호실장을 만나 박대통령과의 단독면담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한다.“박대통령과 내가 20년 가까이 대결하고 있으면서 한번도 대좌해 얘기를 나눌 수 없었다는 것 자체가 민족의 수치다. 꼭 한번 만나뵙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게 김대통령이 전한 말이었으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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