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정국] 與 「자승자박」 野 「자가당착」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44분


▼ 여

정국 악화의 주요 원인중 하나가 제1여당인 국민회의의 미숙한 정국운영에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정계개편을 둘러싼 논란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핵심관계자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최근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여기에 나름의 논리와 명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심각한 지역대결을 치유하기 위해 동서화합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또 여당으로서 언제까지 야당에 끌려다닐 수 만은 없다는 항변도 설득력이 있다. ‘동서화합형 정계개편’ ‘지역연합론’ ‘신3당합당론’ 등의 등장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꼭 현시점에서 이러한 구상을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많다. 여당 단독으로 경제청문회가 열리고 있는 등 여야 관계 복원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야당을 자극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여야가 정상화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것은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여당의 의도가 ‘야당 죽이기’에 있다고 믿고 있어 더욱 꼬이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여권의 잇단 정계개편발언은 한나라당에 또 다른 위기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실제 한나라당은 기다렸다는 듯 정계개편구상의 백지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야당에 이런 구실을 제공한 것만으로도 여당 스스로 걸림돌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회의의 한 중진의원은 “정계개편이라는 것이 조용히 준비해도 성사되기 어려운것인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개적으로 야당을 자극하면 일이 되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권 핵심인사들은 이같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분위기다. 김대통령은 최근 “여당을 다수로 만든 점에 있어서는 정치가 발전됐다고 본다”고 ‘솔직한’얘기를 하기도 했다.

결국 야당의 극한투쟁이 파행의 근본원인이라는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여당의 정계개편 의사표명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야

한나라당은 4일 총재단회의를 거쳐 제201회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국회에 내기로 했다. 역시 단독으로 소집했던 200회 임시국회 회기가 6일로 끝나는 데 따른 것이다.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는 소집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대란’은 야당이 요구해온 특별검사제 인사청문회가 안된 데 따른 필연적 결과이므로 국회를 열어 검찰제도개혁의 미비점을 따지고 법무부장관 해임건의안과 검찰총장 탄핵안을 처리하고….”

그는 또 “빅딜과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의 후유증과 올봄 실업대란 등과 관련한 정부대책을 추궁하고 신한일어업협정에 따른 어민피해와 현대의 금강산 독점개발 의혹 등을 따지는 것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총무는 세풍사건에 연루돼 있는 서상목(徐相穆)의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 국회’가 아니냐는 질문에 “중요한 현안들에 비해 부차적인 문제”라고 피해갔다.

그러나 현재의 여야관계로 볼 때 새 임시국회 역시 공동여당의 외면으로 ‘절름발이 국회’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3차례나 국회가 열렸고 회기도 3백일이 훨씬 넘었지만 내실은 보잘 것이 없었다. 올들어 소집된 200회 임시국회만 해도 여야 모두 참석한 본회의는 단 한번뿐이었고 통일외교통상위 농림해양수산위 등 6개 상임위만이 여야 함께 또는 야당 단독으로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하겠다면서도 3일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전날 인천지역 지구당위원장 회의 결과에 따라 7일 인천 부평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대우전자 빅딜과 경기은행 퇴출 문제 등 현정부의 경제실정을 규탄하겠다는 것이다.

3주연속 일요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한 한나라당은 설연휴가 지나면 부산 대구에서 장외집회를 계속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원내외투쟁 병행론’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세풍사건에 연루된 소속의원 보호를 위해 국회를 끊임없이 소집해 놓고 장외투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로 보인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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