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기 IMF자금 연말상환-6개월연기 저울질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9시 33분


정부 당국자들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돈 1백80억달러 중 올해말 만기가 돌아오는 28억달러를 언제 갚을지 고심하고 있다.

IMF는 현재 진행 중인 4·4분기(10∼12월) 정책협의를 통해 만기대로 연말에 갚을지, 6개월 미뤄 갚을지의 재량권을 우리 정부로 넘긴 상태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장단점이 있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만기대로 갚을 경우 ‘IMF체제’를 성공적으로 탈출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대외신인도 개선이라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차입여건 호전 및 금리인하와 함께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의 활성화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정부는 수차례 “10월말 가용 외환보유고가 4백53억달러에 이르고 내년 경상수지흑자를 2백억달러 정도로 볼 때 내년엔 4백40억∼4백50억달러의 외화유입이 예상된다”며 “내년중 외채 3백60억달러를 갚더라도 80억달러 정도가 남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재정경제부의 허경욱(許京旭)국제기구과장은 13일 “최근 안정된 외환수급사정을 볼 때 28억달러를 연말에 갚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그러나 국제금융시장 변화를 지켜봐야 하고 또 외환위기를 한번 겪은 처지라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브라질 등 남미 각국에 대한 IMF의 지원상황과 17일로 예정된 미국의 추가 금리인하 여부, 18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서 나올 아시아위기대책 등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결과가 나쁘게 나와 국제금융시장이 흔들릴 경우 현재 소강국면에 있는 신흥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높아질 우려도 있기 때문.

재경부 김우석(金宇錫)국제금융국장은 “이럴 경우 외국인투자와 차입이 어려워져 내년 외화유입자금이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28억달러를 가급적 늦게 갚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또 경기진작책에 따라 내년들어 수입이 늘고 현재대로 수출감소가 지속된다면 2백억달러의 경상수지흑자도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것.

처음에 제때 갚았다가 그뒤의 상환분에 대해 만기를 연기하는 상황이 혹시 생길 경우 ‘한국이 또다시 이상하다’는 인식을 심어 대외신인도에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연말 상환을 주저케 하는 요인.

IMF자금의 상환연기에 따른 금리가 7%로 비교적 낮아 그 부담이 별로 무겁지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한편 IMF는 우리 정부에 재량권을 주었지만 은근히 연말 상환을 바라고 있다. IMF 자체의 올해말 가용재원이 1백77억달러로 전체재원 중의 유동자금 비율이 19% 정도로 빠듯하기 때문이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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