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금감위장,IBRD에항의]『5대그룹 기밀 빼가지말라』

  • 입력 1998년 11월 1일 19시 59분


세계은행(IBRD)에서 파견된 금융감독위원회 자문팀이 최근 5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을 방문해 “외국인 자문그룹의 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10월 31일 방한중인 장 미셸 세베리노 IBRD부총재에게 항의했다.

이위원장은 세베리노 부총재에게 “5대그룹의 영업기밀까지 포함한 자료제출 요구는 자문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자문은 말 그대로 자문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세베리노 부총재는 “IBRD 관계자들이 한국의 은행들에 5대그룹에 대한 자료를 외국인 자문그룹에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단지 자문그룹을 잘 활용하라는 취지였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상업 외환 한일 제일 등 5대그룹 주채권은행은 IBRD의 요구에 따라 각각 딜로이트 터치 토머스, ING베어링스, 시로드, 리만 브러더스 등 외국투자은행으로부터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관한 자문을 받기로 한 상태.

IBRD 금감위 자문팀의 제프리 볼드윈 고문과 프랭크 플랜탄 고문은 10월 28, 29일 LG 현대 삼성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상업 외환 한일은행을 차례로 방문해 ING베어링스 등 외국인 자문그룹의 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하라고 주문했다.

IBRD 자문팀은 활동영역이 금감위 자문에 국한돼 있음에도 5대그룹 주채권은행들을 직접 방문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한편 제일은행에 대한 자문을 맡게 된 리만 브러더스사의 경우 대우그룹의 △금융거래 상황 △향후 사업계획 △해외수주 내용 등의 자료까지 제공할 것을 제일은행측에 인터넷 전자우편을 통해 요구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자문그룹은 은행측이 자문을 요청하는 특정 사항에 대해 자문하면 된다”며 “IBRD나 외국인 자문그룹의 최근 자료제출 요구는 이런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철·송평인기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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