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혐의 野중진 3인의 항변]김윤환-이기택-박관용

  • 입력 1998년 10월 12일 19시 44분


국회 정상화로 정치권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와 박관용(朴寬用)의원의 마음은 편치 않다. 김,이전부총재는 개인비리 혐의로 검찰의 소환대상에 올라 있고 박의원은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 향후 정국향배의 핵(核)이 될 수도 있는 이들 3인은 한결같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공정한 수사를 역설했다.

〈김차수·문 철기자〉kimcs@donga.com

▼ 김윤환

검찰의 소환통보에 따라 16일 자진출두할 계획이다. 당지도부는 검찰 소환을 받은 다른 의원들도 있는 만큼 공동보조를 취하는 게 좋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김전부총재는 검찰에 나가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겠다는 것.

김전부총재는 12일 “검찰이 밝힌 국유지 불하와 용도변경을 도와주고 수뢰했다는 혐의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92년 대선직전 건축업자로부터 선거자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이 없는 단순한 정치자금이었다는 게 김전부총재측의 해명.

우선 국유지 불하는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이루어져 김전부총재가 개입하지 않았으며 쇼핑센터 건축용지의 용도변경을 주선해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원래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을 하지 않아도 되는 땅이었다는 게 김전부총재측의 설명이다.

특혜를 주선했다는 시기와 선거자금을 받은 시기도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 김전부총재측은 건축업자가 90년 국유지를 불하받아 91년부터 쇼핑센터를 건축하기 시작했고 1년 뒤 총선직전 선거자금을 받았기 때문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전부총재의 한 측근은 “김전부총재가 구린 돈을 받았다면 두번씩이나 킹메이커를 하면서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 이기택

그는 12일 “검찰에서는 내가 경성그룹 이재학(李載學)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이사장이 누군지도 모르며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 일”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현 정권이 나를 경성그룹사건과 연관시키려 하고 이부영(李富榮)의원을 사정(司正)대상으로 삼는 것은 명백한 표적사정이며 과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관계가 껄끄러웠던 동지들에 대한 보복과 탄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집권 7개월이 지난 김대통령은 국민을 모래알처럼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면서 “이제 한풀이정치를 그만두고 야당을 존중하고 민심을 수습해 국난극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전부총재는 그러나 “사정은 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역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를 위해 특별검사제를 도입해 공정하게 사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김대통령의 대선자금과 정치자금 의혹도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표적사정에 항의해 단식투쟁을 해온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 “단식에 들어갔을 때 밝힌 것처럼 13일 국회가 정상화되므로 이날을 기해 단식을 중단할 예정”이라며 “적절한 시점이 오면 검찰에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 박관용

그는 12일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부산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아 1개월가량 부산에 내려가 상주했었기 때문에 생질인 오정은(吳靜恩)전청와대행정관은 전혀 만날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의원은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뒤 처음으로 알았고 생질이 구속된 사실도 조카며느리가 찾아와 얘기를 해 그때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성기(韓成基)씨는 지난해 초 자신이 모방송국의 PD라며 찾아와 한번 만난 적이 있으나 북한과 관련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내가 한씨를 통해 북한쪽에 일이 잘 되면 비료를 지원해주기로 했다는 설은 완전한 낭설이며 공상소설보다 못한 졸작”이라고 일축했다.

특히 자신이 북한의 전금철(全今哲)조평통부위원장과 비밀라인을 유지해 왔다는 설에 대해 “전금철은 85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국회예비회담에서 처음 알게 됐고 당시 11차례 접촉한 적이 있다”면서 “그후 91년 국제의회연맹(IPU) 평양총회때 본 이후 만난 일이 없다”고 말했다.

박의원은 “그동안 김대중(金大中)정권의 야당초토화에 대해 가급적 발언을 자제해 왔으나 이런 식으로 생사람을 때려잡는 것은 정말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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