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銃風사건]金대통령,『괜한 오해 받을라』언급 자제

  • 입력 1998년 10월 11일 19시 08분


‘판문점 총격요청사건’과 관련,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말을 아끼고 있다.

김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공식언급한 것은 6일 경향신문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판문점 총격요청사건은 물론 야당의 고문주장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해 놓았다”고 한 것이 전부다.

‘국세청을 동원한 불법대선자금 모금사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김대통령은 지난달 7일 인천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이 나라는 국세청장을 동원해 선거자금을 모은 용서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대통령이 ‘총풍사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김대통령은 안기부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인 지난달 하순 이종찬안기부장으로부터 사건 내용을 보고받고 이부장을 칭찬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총풍사건’이 갖는 미묘한 성격 때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오랫동안 용공(容共)피해를 받아온 자신이 이 사건에 직접 나설 경우 정치적 의도가 가미됐다고 오해를 살 수 있어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사건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주변인물들의 연루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김대통령이 최근 국민회의 지도부에 이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총재에 대한 공세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총풍사건’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어떤 형태로든지 태도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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