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화론자들 「코너」로…당내 강경기류에 밀려

입력 1998-09-21 19:13수정 2009-09-25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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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자는 말도 꺼내기가 힘들어요.”

대치정국이 꼬여가면서 그동안 여야간 대화에 앞장서온 이른바 대화론자들의 표정에 그늘이 지고 있다.

국민회의 내의 대표적 대화론자는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 그는 그동안 실타래 같이 얽힌 정국을 풀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왔다.

총리인준파동 때 총리인준을 재요청하는 내용의 ‘대통령서한’이라는 묘수를 고안해낸 것도 그였다.

그는 또 여러차례에 걸쳐 여권핵심부에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의 사법처리에 대한 반대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국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요즘 그의 입에서 유화적 발언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오히려 “정치권 사정은 여야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한다. 여권 전체의 강경기조에 보조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현(金相賢)의원이나 김영배(金令培)부총재 등도 여권내 대화론자에 속하지만 손을 놓고 있다. 이들은 “정국이 이렇게 가면 안되는데…”라고 우려하면서도 여야간 막후대화에 나서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에서 자신이 할 역할이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사정에 대한 피해의식이 강한 한나라당에서도 박희태(朴熺太)총무는 대화론자로 통한다. 그는 일요일인 20일에도 여러차례 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21일 검찰의 김윤환전부총재 수사소식이 알려지자 “여권은 말로만 대화를 얘기하고 마음으로는 대화할 자세가 안돼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이에 앞서 15일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3당 총무회담에서 △의원영입 중단 △대선자금은 국세청 개입부분만 수사 △여야영수회담 건의 등에 사실상 합의하고 나왔다가 검찰의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소환방침을 알게 됐다. 이런 탓에 그는 당내에서 “박총무가 대화를 지나치게 강조, 여권이 이를 약세로 보는 바람에 당의 입장만 더 어려워졌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원만한 여야관계를 강조하며 여권인사들과 막후대화를 해온 김전부총재도 검찰 수사소식을 접하면서 표정이 굳어졌다.

〈문 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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