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野 불참선언 초반부터 파행

  • 입력 1998년 9월 9일 19시 05분


한나라당이 정기국회 불참을 결정한데 대해 국민회의가 여당 단독으로 정기국회 개회식을 열기로 해 정기국회는 초반부터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9일 ‘야당파괴저지특위’(위원장 이부영·李富榮의원)를 열어 10일부터 시작하는 정기국회에 불참키로 했다. 이위원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근의 사태에 대해 공개사과하고 여당이 김대통령의 비자금 등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을 수용하지 않는 한 정기국회에 등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10일 의원총회를 연 뒤 곧바로 서울시내에서 여권의 정치권 사정과 야당의원 빼내가기를 비난하는 내용의 당보호외를 배포키로 하는 등 부분적인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는 부실운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이 의총에서 의원직 사퇴결의 등 초강경의 배수진(背水陣)을 칠 경우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상황에 빠져들 것은 분명하다.

한나라당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정기국회와 대선자금 불법모금 등에 대한 수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규정, 정치인 사정문제는 정치적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여야의 대결국면은 당분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으며 우여곡절 끝에 정기국회가 정상화된다 하더라도 부실운영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우선 의원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격돌은 정국 파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여권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검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한나라당 오세응(吳世應) 서상목(徐相穆) 백남치(白南治)의원 등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표적사정이라고 규정하고 체포동의안 처리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여야는 또 경제청문회 개최여부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다음달 경제청문회를 열어 외환위기 부실대처과정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에 우선 주력하기 위해 청문회를 연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정감사도 부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어수선한 정치권 분위기 때문에 아직도 국정감사 준비에 들어가지 못한 의원들이 대부분이고 행정부의 자료제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무튼 사정과 청문회 등을 둘러싼 여야간 줄다리기가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각종 법안 등 5백50여개 안건과 내년도 예산안 심의도 졸속처리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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