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권경쟁 「불공정경선」 시비

  • 입력 1998년 8월 24일 19시 47분


한나라당의 당권경쟁이 불공정경선시비에 휩싸였다.

이기택(李基澤)총재권한대행계인 민주동우회의 지구당위원장 50여명은 24일 이회창(李會昌)명예총재 지지를 공식선언했다. 이에 이한동(李漢東) 김덕룡(金德龍)전부총재와 서청원(徐淸源)전사무총장 등 반(反)이회창측 후보들은 즉각 ‘불공정경선’문제를 들고 나왔다.

총재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이대행이 계보모임인 민주동우회의 이름을 빌려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이명예총재측이 전당대회 후 이기택계에 30%의 당내지분을 보장하고 이대행을 명예총재로, 민주동우회 회장인 강창성(姜昌成)전의원을 부총재로 임명키로 했다”는 ‘밀약설’에 대해서도 격렬하게 비난했다.

이전부총재는 “공명정대한 경선분위기를 훼손하는 것이자 당내민주화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난했고 김전부총재도 “이명예총재가 말로는 새 정치를 하겠다면서 자리와 지분을 놓고 밀약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구태정치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서전총장측도 “이대행이 계보 위원장들에게 특정후보 지지를 강요하는 것은 구시대정치이며 명백한 불공정경선”이라고 반발했다.

또 이전부총재측의 전용원(田瑢源), 김전부총재측의 박명환(朴明煥),서전총장측의 유용태(劉容泰)의원은 이날 오전 긴급회동을 갖고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처럼 반이회창진영이 다시 공동전선 구축에 나선 것은 이기택계의 이명예총재 지지선언으로 총재경선 판도가 이명예총재쪽으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회창 대세론’의 확산 차단과 함께 설령 당권경쟁에서 패배하더라도 향후 주류측과의 힘겨루기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명분 축적의 필요성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대행은 “이명예총재와 밀약은 없었다”면서 “민주동우회도 정치모임이니까 위원장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지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오갔던 모양인데 이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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