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이모저모]광명乙 출근시간대 투표율「역대 최고」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1분


‘7·21’ 재보궐선거 열전 16일이 끝나고 21일 7개지역에서 일제히 투표가 실시됐다. 각 지역에서 대부분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지만 후보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특히 당락 전망이 불투명한 일부 경합 지역에선 투표 당일까지도 상대 후보의 불법 탈법 행각을 문제 삼는 등 막판 신경전이 계속됐다.

▼ 서울 종로 ▼

국민회의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일찌감치 낙승(樂勝)을 예상하며 투표율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노후보 진영의 박문수(朴文洙)전서울 동작갑지구당위원장은 “투표율이 40%만 넘어서면 노후보가 유효표의 60% 이상을 얻어 당선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후보는 부인이 이날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마지막까지 구설수에 올랐다. 정후보측은 “다리를 다쳐 투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노후보 등 상대 진영에선 “정후보는 ‘종로 토박이’를 자처했지만 사실은 가족들이 서교동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한석봉(韓錫奉)후보는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는 하느님께 맡긴다”며 여유를 보였다.

▼ 서울 서초갑 ▼

한나라당 박원홍(朴源弘)후보측은 “역대 선거 결과 서초 지역은 한나라당이 우세한데다 20일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며 압승을 장담했다.

자민련 박준병(朴俊炳)후보측은 방배 반포 지역을 중심으로 막판 공세가 주효했다며 역전승을 자신했다. 박준병후보측은 특히 “호남 충청 출신 유권자들이 투표에 많이 참여했다”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두 후보는 그러나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서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밤늦게까지 개표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한편 오랫동안 서초갑을 관리해온 국민신당 박찬종(朴燦鍾)후보와 무소속 이종률(李鍾律)후보 진영은 고정표 결집을 통한 막판 뒤집기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허탈한 표정이었다.

▼ 부산 해운대―기장을 ▼

초반부터 농어촌지역인 기장군의 투표율이 도시지역인 해운대구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자 후보들간에 희비가 교차했다. 자민련 김동주(金東周)후보측은 오후 1시 현재 우세지역인 기장군의 투표율이 46.8%를 기록한 반면 해운대구의 3개 동은 30.4%에 그쳤다며 당선을 확신했다.

한나라당 안경률(安炅律)후보측은 “이제는 상황반전이 어려운 것 같다”며 침통한 모습이었다. 안후보측은 그러나 “김후보측이 소형승합차에 주민들을 태워 투표소까지 데리고가는 등 마지막까지 불법선거를 자행했다”며 마지막까지 김후보측을 맹렬히 비난했다.

오후 6시 정각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 김후보가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김후보진영은 일제히 “만세”를 외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안후보측은 이미 결과를 예상한듯 몇몇 당원들만 지구당사에 남아 있고 대부분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 대구 북갑 ▼

한나라당 박승국(朴承國)후보는 “선거결과는 보나마나일 것”이라며 승리를 낙관했다. 자민련 채병하(蔡炳河)후보는 선거인 명부 작성 이후에 주소지를 옮기는 바람에 4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투표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채후보는 이날 오전 대구 동구 미대동의 선친묘소를 참배하는 것으로 투표를 대신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투표율이 지난 6·4지방선거 때의 같은 시간대 투표율인 34.2%보다 5%포인트 가량 낮은 29.3%를 기록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무더위와 실업사태 등으로 투표율이 크게 낮아진 것 같다”며 “오전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동사무소 등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으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경기 수원팔달 ▼

지금까지 여론조사결과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던 국민회의 박왕식(朴旺植)후보측은 이날 오후2시까지 투표율이 18.3%에 머물고 오후3시경부터는 장맛비까지 내리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

박후보측은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조직력을 앞세운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후보에게 유리하다”며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전화를 걸어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등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반면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 남후보측은 “여론조사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지지율격차가 오차 범위 내에 있다”면서 “실제 선거결과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 광명을 ▼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후보와 한나라당 전재희(全在姬)후보측은 오전 출근시간대 투표율이 역대 선거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당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전 9시 현재 투표율은 16.1%로 △‘6·4’지방선거 9.2% △15대 대선 12.1% △15대 총선 10.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조후보측은 이에 대해 “결집력이 높은 여권 지지자들의 투표가 많았다는 뜻”이라며 고무된 표정. 반면 전후보측은 “선거운동기간중 유권자들의 마음을 충분히 파고 든 만큼 투표율에 관계없이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하안1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 1명이 오전 7시반경 투표용지 2장을 투표함에 넣으려다 적발돼 선관위측이 “투표요원의 실수로 2장이 배부된 것”이라며 1장을 무효 처리했다.

▼ 강원 강릉을 ▼

한나라당 조순(趙淳), 무소속 최각규(崔珏圭)후보 등 두 거물 정치인 사이의 접전이 예상됐으나 방송사 출구조사결과 조후보가 상당히 앞선 것으로 나오자 두 진영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조후보측은 “지역민들이 역시 제1야당 총재를 버리지 않았다”며 기뻐했지만 최후보측은 “이곳 주민들이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양측 진영은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점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렸다. 조후보측은 “광범위한 득표력을 가진 우리측에 유리하다”고 풀이했고 최후보측은 “문중표와 조직표가 든든한 만큼 우리가 앞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각 진영은 이날 개표마감 직전까지 주요선거구를 중심으로 ‘유권자 실어나르기’에 선거운동원들을 총동원하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치·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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