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향후 정국]「與 판정승」개혁 가속도 붙을듯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1분


선거구가 전국에 걸쳐 있어 총선에 버금가는 열전을 벌인 ‘7·21’재 보궐선거는 여당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결과는 당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여서야동(與西野東)’의 고질적인 현상도 대체로 여전했다.

이번 재 보선은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선거 시작 전부터 재 보선 이상의 의미가 담겼고 이에 따라 향후 정국의 풍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인식돼 왔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를 현정권의 집권초기정책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 전력을 기울였다. 여야가 ‘대표선수’를 직접 후보로 내세운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여기에는 50년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새로운 정치지형이 채 자리잡지 못한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시기상의 요인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재 보선의 이같은 기본성격 때문에 선거결과는 향후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여당은 이를 국민의 지속적인 개혁요구로 간주, 의욕적인 국정운영과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국주도권 장악을 강력하게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 첫번째 수순은 15대국회 후반기원구성협상에서의 우위선점이다. 여권은 국회의장 자유투표에서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카드를 관철시키고 상임위원장 배분에 있어서도 주요 상임위를 독식하기 위해 야당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 다음 여권은 안정적인 원내의석확보를 위한 작업을 재개할 전망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8월31일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의원들의 당적이동폭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권은 재 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한나라당의원 영입과 정계개편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즉시 손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재 보선 직후 입당을 약속한 한나라당의원이 10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여권핵심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이 처한 여건도 이같은 여권의 의도를 방조할 소지가 많다.

이번 선거에서 선전했지만 목표달성에는 실패했고 특히 ‘텃밭’으로 여겨왔던 부산에서 패한 것은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선거부진에 대한 인책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 당권경쟁과 맞물려 내분양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간신히 유지한 과반수의석의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여당은 이런 과정을 거쳐 원내과반수의석의 확보에 성공할 경우 올 정기국회때부터 관련법의 입법 등 개혁지원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분야에 걸친 ‘총체적 사정(司正)’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당의 강경드라이브는 야당의 극단적인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야소(野小)’가 되더라도 오히려 경량화와 내실화를 통해 강한 야당, 강한 견제세력으로 변모를 꾀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7·21’재 보선이 던져준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는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대목이다. 저조한 투표율에서도 나타났듯 ‘제헌 50년’을 ‘식물국회’로 맞은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국민은 아예 외면으로 대응했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재연된 ‘돈선거’시비와 어느 때보다 심한 흑색선전과 지역감정조장 등 선거판을 얼룩지게 한 불법 탈법선거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