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문건」파문]불끄려는 與-불지피는 野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52분


안기부의 정치개입 시비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통상적인 업무지만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여권은 해명했지만 한나라당은 이의 쟁점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새정부 인사관련 일부지역 오해 불식방안’ 등의 문건은 안기부의 정치개입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라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과와 이종찬 안기부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9일 전국 지구당위원장 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를 규탄하는 등 ‘7·21’재 보선을 겨냥해 이번 사건을 현정부의 ‘약속위반’ 사례로 부각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철(金哲)대변인은 “이번 사례는 국민에 대한 약속위반이며 대통령의 명령과 통치철학에 대한 불복종”이라고 주장했다.

한 중진의원은 “안기부가 정치권이 이용하기 쉬운 문건을 작성해 유출했다는데 문제가 있는데도 여권은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얼버무리려고해 문제가 확산되는 것”이라며 “정치개입 의혹을 받는 사실부터가 문제이며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솔직히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원구성 후 정보위 등 관련 상임위를 열어 이 문제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여권은 문건과 관련,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안기부가 통상적인 업무를 했을 뿐 정치사찰 등 정치개입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지원(朴智元)청와대 공보수석비서관은 “안기부가 국정현안에 대해 분석 및 검토자료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업무지만 한두마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안기부를 정치에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안기부는 ‘정치사찰’등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은 당직자회의를 열어 “안기부가 정치공작을 했느냐가 문제인데 문건을 보면 공작적 내용은 일절 없다”고 말했다.

안기부는 “문제의 문건은 정치관여가 아니라 현안에 대한 실상 분석과 여론을 파악하는 안기부의 기본임무에 따라 만든 문서”라고 해명한 뒤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여권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이 이를 호도하려 한다며 격앙하고 있다. 안기부가 정국현안에 대한 평가와 대응방안을 문서화해 청와대와 여당에 전달한 것 자체가 아직도 정권안보를 주업무로 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얘기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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