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후보와의 인터뷰는 16일 이른 아침에야 가까스로 이루어졌다. 눈코 뜰 새없는 바쁜 선거운동 일정 때문이었다.
이날 오전 6시반경 서울 구기동 자택에서 아침식사를 들면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후보는 『선거운동기간에 최선을 다해 나의 진실을 보여주려 했다. 국민의 올바른 평가를 기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후보는 『당선하면 지역주의와 학력차별을 타파하는 국민대통합의 정치를 선언하겠다』며 『여야 가리지 않고 능력있는 분들을 두루 기용하고 시급한 경제난 타개를 위해 유능한 분들을 특사로 내보내고 필요하다면 나도 미국 등 유관국을 방문, 경제외교를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낙선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낙선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만의 하나 하늘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고 난국을 타개하는 데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변했다. 다음은 이후보와의 일문일답.
―선거운동기간에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가.
『근거없는 음해와 흑색선전이다. 특히 병역면제를 둘러싼 타당의 무분별한 폭로전은 감내하기 힘들었다』
―국민회의와 국민신당은 이후보가 아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국군통수권자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공군대위로 병역을 마쳤다. 아들들의 얘기는 오랫동안 입에 오르내려 국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므로 더는 문제가 안된다. 오히려 병역문제로 시달렸기 때문에 군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돼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국난극복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는가. 당선한다면 단시일 내에 경제파탄을 극복하고 불안한 민심을 진정시킬 수 있는가.
『조순(趙淳)총재와 같은 인재와 원내 과반의 안정의석, 그리고 순수한 열정으로 국민단합을 이끌어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다른 후보의 장점과 단점을 각각 두 가지만 든다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후보는 민주화에 대한 기여와 많은 정치경험이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잦은 말바꾸기와 건강문제를 들 수 있다.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의 장점은 건강과 달변이다. 단점은 민주주의 원칙을 송두리째 파괴한 경선불복과 너무 좌충우돌하는 점이다』
―이번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졌고 청와대와 정부는 엄정중립을 지켰다고 평가하는가.
『청와대의 중립성에 한때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냐. 그러나 일선행정기관 등은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한다』
―선거문화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하는가. 또 달라졌다면 정치발전에 얼마나 어떻게 이바지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부분적으로 구태(舊態)가 남아 있으나 관권 금권 선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제1당의 프리미엄이 없어진 것 등은 정치발전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남길 것이다』
―최대의 선거운동수단으로 자리잡은 방송토론을 하면서 고쳐야할 점이라고 생각된 대목은….
『각 후보의 정견이나 식견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변시간을 늘려야 한다』
―홍수처럼 쏟아진 여론조사결과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을 텐데 여론조사 결과를 어느 정도나 믿나.
『내용을 완전히 신뢰한다기보다는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됐다. 다른 후보가 너무 여론조사를 과신하는 바람에 민주원칙을 파괴한 점이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선거풍토나 제도에 개선할 점이 있다면….
『매스컴 선거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상대에 대해 비방이나 흑색선전을 하는 쪽에 대해서는 엄격한 사전 사후 제재가 따라야 한다』
―각 후보 진영 모두 돈타령도 많이 했으나 아직도 우리 선거판은 나라 형편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자금면에서 정말 많이 쪼들렸나.
『법정선거비용을 충당하는 데도 쩔쩔 맸다. 제1당으로 사상처음 궁핍한 선거를 치렀다. 오죽하면 집을 팔았겠나(이후보는 특별당비를 내기 위해 구기동 자택을 팔았으나 매수자의 배려로 올해말까지는 머물기로 했다는 것)』
―방대한 조직을 가동하려면 기본비용만도 적잖은데 법정한도 비용을 준수했나.
『솔직히 초기에는 조직가동비를 기다리는 일선 조직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제1당 사상 최초로 법정선거비용 안에서 치른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정치인으로서 갈등을 느낀 점이 있다면….
『솔직히 정치가 국가경제에 짐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과정인 만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선한다면 낙선자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낙선자들도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생각하고 항상 고견을 참고하겠다. 낙선한 분들과 자리를 함께하며 위로를 드릴 의사도 갖고 있다』
〈박제균기자〉